문형태 작가 개인전 '차커블락' & 시오타 치하루 'In Memory'
문형태 작가의 개인전 '차커블락(CHOCKABLOCK)'이 가나아트센터에서 9월 18일까지 진행된다.
작가는 실존에 대한 고민을 담은 자화상이나 가족, 연인과의 일상을 묘사한 화면을 통해 삶을 이야기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작가가 바라본 사회, 타인과의 관계, 그 관계의 종착점인 사랑을 확인할 수 있다.
서정성과 동화적인 해학이 깃든 작품들이 행복과 우울 등 삶의 희로애락을 전한다. 동심과 그로테스크를 동시에 담아 잔혹동화를 연상케도 한다.
피카소 같은 입체파를 연상시키는 그림들이 해석하는 재미를 선사한다. 개성이 있는 작품들이지만 보편적인 감정과 관계를 담아 관람자의 공감을 이끌어낸다.
작가는 '삶'을 고스란히 담아내기 위해 캔버스에 흙물을 칠하는 고유의 작업방식을 내세운다. 캔버스에 황토물을 바르고 마를 때까지 기다린 후 표면의 흙을 털어낸 뒤 안료나 크레파스로 그림을 완성한다. 이때 사용하는 흙은 작가가 살았거나 머물렀던 장소에서 가져온 것이다. 이는 작가의 삶을 캔버스 위에 담겠다는 의도다. 흙물을 바르는 것은 작품의 탄생과 동시에 작품과의 이별을 맞는 의식 같은 것이라고.
회화와 조각, 설치 작업 등 신작 70여 점을 만나볼 수 있다. 추천하는 전시.
문형태 개인전 외 시오타 치하루의 'In Memory'도 만나볼 수 있다. 여러 가지 이유로 놓친 전시였는데, 늦게나마 만나보게 되어 기뻤다. 비록 다른 작품들은 놓쳤지만 주요 작품을 '경험'한 것만으로 행운이라 생각한다.
무수한 흰색 실로 완성된 설치 작품 'In Memory'는 흰색 공간의 중심에 배 한 척이 자리하고 그 안에 흰 옷 세 벌과 종이조각들이 걸려 있다. 하나의 우주 공간이 완성된 것. 흰 실은 인간의 삶과 죽음을 잇는 기억을 의미한다.
한강의 소설 《흰》에서 영감을 받아 완성된 이 작품에는 작가의 개인적인 경험이 십분 반영돼 있다. 작중 막 낳은 아이가 두 시간 만에 세상을 떠나자, 아이를 부여잡고 "죽지 말라"고 울부짖는 어머니의 외침이 두 번의 암 투병으로 유산의 아픔을 겪은 작가의 사적인 기억을 자극했다.
이 밖에도 어린 시절 할머니의 무덤에서 느낀 죽음의 공포, 이웃에서 내다버린 불에 탄 피아노의 형상, 잦은 이사로 겪은 강박, 항암 치료 과정에서 경험한 몸의 감각 등 지극히 사적인 기억들이 담겨있다. 기억과 트라우마를 창작의 원천으로 삼고 특유의 수행적인 설치미술로 존재와 죽음에 대해 사색해온 결과다.
“배는 불투명한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우리, 또는 희망찬 미래를 바라며 전진하는 우리의 모습을 상징해요. 때로는 기억의 바다를 헤매기도 하죠. 하얀 실 사이를 채운 종이들은 누군가의 일기일 수도, 메모일 수도 있어요. 죽어서도 존재하는 사람들의 기억들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