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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그림이 들리고 음악이 보이는 순간2>

다양한 예술 장르들의 만남

어떠한 분야든, 배움을 거듭할수록 그에 대한 욕구도 비례되게 마련이다. 무언가를 알아가는 것에 흥미를 느꼈다면, 더 깊이 배우고자 할 것이며, 그렇게 자꾸만 배움거리가 쌓이게 될 것이다. 재미있는 것은, 한 가지 소재에 흥미를 느껴 배워나가면, 또 다른 관련거리들에 대한 호기심이 생겨난다는 것이다. 배워나갈수록 배울거리가 늘어난다는 진리는 아이러니처럼 들리겠지만, 그렇기 때문에 개인이, 나아가 문명이 발전되는 게 아닐까.


책<그림이 들리고 음악이 보이는 순간 2> 역시 '배움의 아이러니'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이 책은, 바이올리니스트 노엘라가 2010년 처음으로 선보였던 <그림이 들리고 음악이 보이는 순간>이 베스트셀러를 석권한 데 이어 펼쳐낸 두 번째 작품이다. 칼럼니스트이자 교수인 그녀는, 책을 통해 다양한 예술 소재들에 대한 사랑을 여과 없이 표현해낸다. 제목처럼 시·청각이 제 역할을 넘어서 다양하게 적용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책의 구성은, 전하고자 하는 주제를 제시한 다음, 그를 뒷받침하기 위한 미술작품과 음악, 글(격언 또는 책)들을 소개하는 방식이다. 즉, 한 가지 주제를 설명하기 위해 다양한 예술 장르들이 어우러진다는 의미다. 가령, 이런 식이다.  'Part2 - 죽음을 기억하라'에서는, 미술가 데미안 허스트(Damien Hirst)와 작곡가 조지 크럼(George Crumb)이 짝을 이룬다. 허스트의 「신의 사랑을 위하여」, 「신은 그 이유를 안다」와 크럼의 《꿈의 이미지(사랑-죽음의 음악): 쌍둥이자리》,《천주의 어린양: 염소자리》가 소개된다. 거기에 저자의 옛 사연들과 죽음과 사랑에 대한 생각이 살을 더한다. 이 챕터의 주제는, 인간의 삶에서 죽음은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그래서 '죽음을 염두에 두고 매일, 최선을 다해 사랑하며 살아가자'는 것이다. 유명인들의 격언은 주제를 뒷받침하는 데 큰 역할을 한다. 이 챕터에서는 데미안 허스트와 스티브 잡스의 죽음에 대한 격언들―죽음은 우리 모두의 숙명이다. 그 누구도 피하지 못했고 또 그래야만 한다./죽음은 삶이 만든 최고의 발명품이다―이 주제전달에 힘을 더한다. 이렇듯, 하나의 주제에 대해 미술과 음악, 책과 격언, 저자의 에피소드가 버무러져 있다. '죽음을 기억하라'것이 연주곡이라면, 소개된 작품들과 저자의 에세이는 오케스트라 단원들이다.





이 책을 논할 때 빠뜨려서는 안 되는 핵심적인 가치 요소가 있다. 바로 남다른 출판기념행사다. 예술을 다룬 책을 접할 때는, 소개되는 작품들과 직접 마주할 때 이해도가 높아진다. 저자는 이 점을 간과하지 않고, 독자들을 자신만의 특별한 행사에 초대한다. '렉처 콘서트(lecture concert)'라 하여, 저자의 책에 대한 소개와 함께, 직접 연주하는 바이올린의 선율, 책에서 다뤄진 주제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단편영화들을 만나볼 수 있는 공연 형식의 행사. 필자는, 책을 읽은 후 직접 행사에 참석한 바 있다. 'My Dinner with Noella'라는 남다른 출판기념행사를 통해, 책의 제목처럼 그림이 '들리고' 음악이 '보이는' 순간들을 경험할 수 있었다.


이렇듯 <그림이 들리고 음악이 보이는 순간 2>는, 다양한 예술 장르들이 융합된 다양한 콘텐츠의 향연이다. 다양한 장르의 예술작품들에 대한 정보와 저자의 경험과 철학을 만나볼 수 있는 이성과 감성이 어우러진 책이다. 예술을 어렵게만 느껴왔던 독자들에게 적극 권하고 싶다. 이 책을 접한다면, 이전의 생각들은 편견에 불과했음을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본문에서]             


인간은 생각하는 동물이기에 위대하다고들 한다. 그러나 때로 그 '생각'이란 것은 인간으로 하여금 사랑하는 관계에서조차 계산하게 만든다. 아무런 조건 없이 줄 수 있는 사랑을 그 어떤 인간이 동물만큼 할 수 있을까.

- 75쪽


삶이 힘들고 지칠 때, 외로움이 또다시 밀려올 때, 혼자 남겨진 것 같은 불안이 나를 감쌀 때, 세상이 낯설어 보일 때, 그러다 주체할 수 없는 감정이 밀려올 때, 나는 고흐의 그림을 보고 그의 그림만큼이나 강렬한 라흐마니노프의 음악을 들으며 감정의 소용돌이에 빨려 들어가도록 내 마음을 던져 놓는다. - 96쪽


꿈은 현실이다. 꿈은 사실상 일어나고 있다. 그 안에서 내가 본 것, 들은 것, 느낀 것 모두가 실제 일어난 사건이다. 나는 그 안에서 살았고 오늘 아침 빠져나왔다. 오늘 밤, 난 또다시 그 세상으로 갈 것이다. - 208쪽


한 분야에서 체계적인 교육을 받지 않은 사람이 두각을 나타내기는 참으로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욱 강렬한 무언가를 만들어 낼 가능성이 큰 것도 사실이다. - 226, 227쪽


어떠한 감정이나 상태를 설명할 때, 때로는 말보다 색채, 혹은 소리로 표현하는 것이 더 정확할 때가 있다. 그것은 말이나 구상으로 형용할 수 없는 또 다른 어떤 세계다. 때론, 나의 감정을 말로 표현하려 하면 할수록 그 의미가 왜곡되는 것을 발견한다. 생각과 감정이 언어라는 수단을 통해 한 번 걸러져 나오기에, 그 표현에 있어 한계가 존재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 24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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