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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세희<침묵의 뿌리>중에서


책 1부에서는,

작가가 사북에 갔다가 그곳 국민학교 학생들의 문집을 읽은 이야기가 쓰여있다.

그 문집에 실린 글들을 옮겨본다. 그냥, 옮기기만 하겠다.





[내 얼굴]

삼학년 때 밥을 안 싸 가지고 갔기 때문에 배가 고파서 집으로 왔다.

집에 오니 밥이 없었다.

나는 배가 고파서 아무나 때리고 싶었다.

- 5학년 김상은


[아버지]

우리 아버지는 탄광에서 일하는데 돌이 떨어졌다.

어머니가 밤에 갔다. 내 동생이 울었다. 그래서 내가 깜짝 놀라 깨어났다.

그래서 내 동생을 울지 말라고 했다.

- 1학년 정미현


[외로운 아이들]

우리 둘레에는 외로운 아이들이 많이 있는 것 같다.

그 가운데서도 내 뒤에 앉은 효진이와 지영이가 그렇다.

그러나 그 아이들은 외로움 속에서도 명랑하게 살아가기 때문에 나보다 몇 배나 나은 것 같다.

점심때의 일이다.

밥을 안 먹으려 하는데 선생님께서 나를 불러

"지영이가 요사이 아픈 것은 밥을 안 먹어서 그런 것 같으니,

오늘부터라도 지영이와 같이 밥을 먹었으면 좋겠다."

고 하셨다.

그래서 나는 뒤돌아앉아 지영이와 같이 밥을 먹었는데 지영이의 밥 먹는 모습이 무척 배가 고파 보였다.

밥을 먹고 우리는 찐도리를 하려고 운동장에 나갔다.

그런데 효진이가 운동장 구석에 쓸쓸히 앉아서 굵은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니 곧 엉엉 울 것만 같았다.

"아마도 효진이는 사북 사태로 끌려간 엄마 생각을 하고 있겠지. 참 안 됐다"

고 생각하는 내 마음에도 어느새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세상은 정말 공평하지 못한 것 같다.

나는 어려움 속에서도 굳굳하게 공부하는 지영이와 효진이가 나보다는 한참 더 큰 아이 갔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그들과 더욱 친한 친구가 되어야겠다.

- 6학년 서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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