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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한 건 포기하지 않는 투지

영화 '리바운드' 리뷰

2010년 10월, 부산 중앙고등학교에서는 농구부 존폐 결정을 위한 교무회의가 한창이다. 한때 전국을 무대를 휘젓고 다녔던 중앙고 농구부지만, 지금은 유명무실한 팀이 되어버렸다. 그러나 농구부의 존재를 중요하게 여기는 동문회 때문에 쉽게 없애지 못한다. 결국 공익근무요원 강양현(안재홍)을 신임 코치로 부임하여 팀을 유지하는 것으로 논의는 일단락된다.


그러나 전국농구대회 MVP 출신이었던 양현은 자신이 몸담았단 중앙고 농구부의 명성을 되찾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직접 길거리 농구를 즐기는 학생들을 살피고 전화 연락을 돌리는 등 선수 영입에 착수한다. 어렵게 모은 선수들이지만 부실하기 짝이 없다. 자잘한 갈등부터 어떻게 해도 맞지 않는 팀워크까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군산시장배 농구대회에 나선다. 결과는 유례없는 중징계. 심판에게 공을 던진 선수와 과하게 이의를 제기한 양현 탓에 6개월 출전 정지를 받는다. 양현과 농구부는 좌절하지만 다시 마음을 고쳐 먹고 전국 대회 출전을 위해 분투한다.



플롯은 여느 스포츠 영화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오합지졸 선수들로 구성된 팀이 목표를 향해 의기투합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흐름은 너무나 익숙하다. 그러나 형식에서 차이를 뒀다.


'리바운드'는 농구대회 경기 장면을 밀도 높게 담아낸다. 컷분할을 하지 않고 롱테이크로 담아낸 영상은 관객이 마치 선수들 곁에서 경기를 즐기는 듯한 현장감을 선사한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이라는 것을 염두에 놓고, 섬세하게 재현하기 위한 노력이 보인다. 이를 위해 장항준 감독은 선수를 연기할 배우 캐스팅에 총력을 기울였다. 약 500명을 대상으로 체육관 오디션을 진행한 후, 출연이 확정된 배우들에게 수개월간 농구 연습을 시켜 합을 맞췄다. 엔딩에 등장하는 실존 인물과 각 캐릭터의 모습을 매칭시킨 장면도 인상적이었는데, 싱크로율이 굉장하다.



중앙고 농구부의 활약은 훌륭했다. 누구도 주목하지 않았던 최약체 농구부는 8일 동안 기적의 계단을 올랐다. 이때 첫 계단에 서게 한 원동력이 바로 리바운드의 의미이다. 리바운드는 농구에서 슈팅한 공이 골인하지 않고 백보드등에 맞고 튀어나왔을 때 다시 잡는 것을 뜻한다. 양현은 실패에 좌절하지 않고 재기하기 위해 선수들을 독려하고 이끌어 나간다. 이들에게는 끊임없는 역경의 순간들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굴의 의지로 전진했다. 절대 포기하지 않는 마음가짐이 중앙고 농구부의 위상을 바꿔 놓았다.


얼마 전 읽은 책 '그릿(GRIT)'에서는 성공의 핵심은 재능보다 목표를 향한 불굴의 의지, 끈기, 투지에 있다고 말했다. 중앙고 농구부 팀원은 훌륭한 신체적 조건이나 천부적인 재능을 타고나진 않았다. 그러나 농구를 향한 열정과 멈추지 않는 노력으로 승리의 맛봤다.


'리바운드'는 목표를 달성함에 있어 '포기하지 않는 정신과 노력'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이는 비단 스포츠 정신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양현의 말처럼 '농구는 끝나도 인생은 계속되기' 때문이다.


농구를 몰라도 충분히 즐길 수 있다. 중계진의 해설과 자막 처리된 전문용어 덕분에 감상하는 데 무리가 없다. 안재홍은 '리바운드'에서도 특유의 유쾌한 캐릭터의 강점을 어필한다. 적재적소에 배치된 웃픈 요소들도 관람 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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