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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여행은
사람을 탐험하는 과정일 수도

Wavve 웹드라마 '박하경 여행기'를 보고

사라져 버리고 싶을 때 토요일 딱 하루, 걷고 먹고 멍 때릴 수 있는 여행. OTT 플랫폼 ‘웨이브’ 오리지널 시리즈 ‘박하경 여행기’ 속 하경(이나영)의 여행 모토다. 국어선생인 그녀는 일상에 지친 자신을 위해 아무것도 하고 싶진 않지만, 또 아무것도 안 하긴 뭣해서 홀로 여행을 떠난다.



잔잔한 힐링을 기대했는데, 막상 열어보니 하경의 여행은 모험기에 가까웠다. 회 당 20~25분에 8부작으로 구성된 미드폼 콘텐츠로 구성된 드라마는 매 회 색다른 인물을 만나고 특별한 에피소드를 보여준다.


하경은 매 회 다른 곳으로 여행을 떠난다. 해남을 시작으로 군산, 부산, 속초, 대전, 서울, 제주, 경주까지. 하루 여행 치곤 꽤 멀리 떠난다. 휴식을 위한 여행이라기엔 꽤 혹독한 일정을 소화한다. 게다가 여행 중에 만나는 인물들은 개성이 넘쳐, 잊지 못할 추억을 선사한다.


어쩌면 하경은 이 맛에 여행을 떠나는 걸까. 매일 보는 학생들, 반복되는 일상에 지쳐 여러 장소를 돌며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는 재미 말이다. 특정한 장소보다 ‘타인을 경험하기’ 위한 게 여행의 목적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가장 재미있었던 건 3화 ‘메타 멜로’. 역시 사랑을 엿보는 게 가장 재미있다. 부산영화제를 찾은 하경은 극장에서 우연히 눈이 마주친 창진(구교환)과 자꾸만 마주치는 독특한 경험을 한다. 밀면집, 보수동 헌책방 등에서 만난 둘은 자연스럽게 데이트를 즐긴다. ‘비포 선라이즈’가 연상됐던 에피소드다.



제일 인상 깊고 감동적이었던 건 8화 ‘맞물린 경주’. 생면부지의 인물이 아닌 고등학교 단짝 친구 진솔(심은경)과의 추억을 통해 진솔한 마음을 터놓는 하경의 모습이 여느 에피소드보다 가장 편안해보였다. 그리고 마지막 에피소드인 만큼 여행에 대한 하경의 생각도 만날 수 있어서 좋았다.



‘나는 여전히 여행이 쓸데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대단히 재미있지도 의미 있지도 않다. 특별한 목적도 없이 떠돌아다니다가 간혹 어떤 순간을 실감하는 게 다다. 그래서 즐겁다. 그러니까 사라지고 싶을 때는 어디든 가보자. 혼자라서 낯선 곳이라서 용기가 없다면, 딱 하루도 괜찮다. 걷고 먹고 멍 때릴 수만 있다면 어디든 좋으니까’ - 8화 ‘맞물린 경주’에서 하경의 독백


여행지마다 테마가 뚜렷해서 좋다. 혼자 여행하는 것에 서툴거나, 어디로 떠나야 할지 막막했다면 하경의 경로를 따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기회를 만들어 제주 빵지순례는 따라 해보려 한다. 물론 당일치기는 힘들겠지만.


‘박하경 여행기’를 제작한 더램프 박은경 대표는 “출근길에 한 편씩 볼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고 싶었다”고 제작 의도를 밝혔다. 출근길, 대중교통에서 시청할 만한 콘텐츠를 찾고 있다면 탁월한 선택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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