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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괴인> 리뷰, 우연과 만남에 대한 현실 드라마

어디에서 누구를 만나고, 그들과 어떤 관계가 될지 정확히 예측할 수 있는 사람은 그 누구도 없다. <괴인>은 이 현실을 담담하게 그린 영화다.



<괴인>은 자신의 차 지붕이 찌그러진 것을 알게 된 목수 '기홍'이 범인을 찾으러 나서며 벌어지는 일상의 균열을 담았다. 기홍을 중심으로 주변인들과의 에피소드를 통해 타인과의 소통, 관계에 대해 생각하게 만드는 영화다.


영화에는 선뜻 이해하기 어려운 타인들이 등장한다. 그러나 각자의 일상을 조금 더 들여다보면 조금은, 아주 조금은 그들을 이해하게 된다. 각자의 삶을 살아보기 전엔 미처 이해할 수 없었던 것들을 알아가는 여정은 한 단계 성숙하게 만든다.


사실 처음 <괴인>이라는 제목을 접했을 땐 미스터리, 스릴러물이 아닐까 예상했었다. 그로테스크한 분위기, 묘한 전개가 펼쳐질 거라 생각했지만 막상 관람하니, 현실적이고 따뜻한 영화임을 느낄 수 있었다. 제목 때문인지 평범한 기홍의 일상에 '뭔가 사건이 발생하지 않을까'라는 기대와 긴장감을 안고 관람했다. 덕분에 끝까지 기홍의 일상에 몰입할 수 있었다.



기홍은 괴인이라기보단 호인에 가깝다. 털털하고 정 많은 따스한 인물이다. 극이 전개될수록 매력도가 상승한다. 한 마디로 '볼매'. 평범하기 그지 없는 기홍의 모습에 빠지고, 심지어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이유는 기홍이 우리와 닮아있기 때문이다. "당신도 나처럼 이상하잖아요!"



기홍을 비롯한 모든 사람들은 낯선 사람을 마주할 때 꽤 큰 경계심을 갖는다. 실제 관계 이상의 과장된 거리감을 느끼곤 하는데, 영화를 보고 난 후 '굳이 그럴 필요가 있을까'라고 느꼈다. 물론 타인을 제대로 알고 가까워지기엔 적당한 거리와 판단할 시간이 불가피하지만, 잘 알지도 못하면서 무작정 피하는 건 정답이 아니다. 예측할 수 없는 만남과 관계, 결국 알 수 없는 인생사를 담담하게 보여주는 매력이 있는 영화다.



능청스러운 배우들의 연기가 몰입도를 높인다. 놀랍게도 출연진 대부분이 연기 경험이 전무한 일반인이라는 것. 기홍을 연기한 박기홍은 이정홍 감독의 오랜 친구로, 감독의 오랜 설득 끝에 출연을 결심했다. 안주민은 정통 피자를 만드는 셰프, 전길은 쌍둥이 자매를 둔 엄마다.


일상을 특별하게 그린 섬세한 연출은 두 말 할 것 없이 훌륭하다. <괴인>은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 뉴 커런츠상, 넷팩상, KBS독립영화상, 크리틱b상을 받는 등 4관왕에 올랐으며 제48회 서울독립영화제 대상을 수상했다. 제11회 무주산골영화제 감독상과 영화평론가상을 받고 시드니영화제, 홍콩아시안영화제 등 해외 유수 영화제에 초청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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