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서는 안 될 걸 하면 탈이 난다. 욕심은 화를 부르고, 한 번 저지른 일은 되돌릴 수 없다.
영화 <파묘> 속 주인공들은 묘를 판다. 그리고 흉한 것을 본 후, 사람들이 죽어나간다. 영화는 흉한 것의 정체를 찾고 왜 나쁜 일들이 발생하는지를 쫓는다.
LA의 어느 부잣집. 돈이 아주 많은 재미교포 집안인데, 할아버지부터 갓난 아기까지 장손들이 심각한 병을 앓는다. 어느 노인의 비명소리가 끊이지 않고 들리는 것. 용한 무당 화림과 그의 제자 봉길은 현상을 보기 위해 LA를 찾았고, 원인이 묫자리라고 판단하고 이장을 권한다. 한국으로 돌아온 화림은 한 탕 해먹을 작정으로 지관 상덕과 장의사 영근과 일을 꾸린다.
그러나 상덕은 묘가 끔찍한 악지에 놓였다며 일을 맡지 말자고 한다. 묘를 잘못 건들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알지 않냐고 외치지만 그래도 애는 살려야 하지 않겠냐는 화림의 말과 딸 결혼에 필요한 목돈이 떠올라 일을 맡아버린다.
꽤 빡센 의뢰인지라 화림은 묘를 파는 동시에 대살굿을 하자고 제안한다. 그리고 '겁나 험한 게' 풀려나오면서 기이한 사건들이 휘몰아친다.
네 명은 험한 것을 쫓고자 고군분투한다. 이들의 여정은 매 순간 섬뜩하다. 험상궂은 날씨, 기이한 분위기, 섬뜩한 사건들이 이어지면서 몰입감이 가중된다.
그러나 험한 것의 정체가 드러나면서 '엥'...? 갑자기 장르가 바뀐 듯한 느낌. 이때부터 <파묘>에 대한 호불호가 갈릴 듯하다. 험한 것에 대해 관객들이 느끼는 차이는 있겠지만, 어찌됐든 영화는 '한국적인' 얼을 담기 위해 최선을 다 해 한 발 한 발 나아간다.
땅의 의미, 조상과 혼령의 위력, 아픈 역사, 무속신앙. <파묘>는 이 소재들을 한 그릇에 알차게 담아낸다. 볼거리가 다양하다. 그러나 이 볼거리가 누군가에겐 어수선하게 느껴질 수 있다.
확실한 건 중반까지는 흥미롭다는 것. 영화가 공개되기 전부터 관심을 모았던 대살굿 신이 예상보다 일찍 등장해 관객들의 매료시킨다. 무당으로 변신한 김고은은 신들린 듯한 연기로 입을 다물지 못하게 만든다. 묘 앞에서 울부짖으며 칼춤을 추는 그의 열연에 박수를 보낸다. 그에 반해 뒷심이 부족하다. 판타지 요소가 썩 내 마음엔 들지 않았고 조금은 지루했다. 그리고 크게 무섭지도 않다.
배우들의 연기력은 말할 필요도 없이 빼어나다. 흙맛을 보고 땅을 응시하고 있는 힘껏 삽질을 하는 것만으로도 묵직한 존재감을 발휘하는 최민식, 묫자리를 돌아다니면서 하나님을 믿는 아이러니한, 그래서 우스꽝스러운 영근의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한 유해진의 연기는 뭐, 그냥, 더 베스트!
대살굿으로 관객들을 압도한 김고은은 물론, 이도현의 파격적인 연기 변신도 인상적이다. 침대 신에서의 모습은 진짜 악귀에 씌인 것마냥 연기한다. 아직도 그의 얼굴이 잊히지 않는다.
극을 끌어가는 서사는 조금 아쉬웠지만... 무속신앙을 향한 집요한 연구, 업보에 대한 메시지, 디테일한 연출, 배우들의 연기가 인상적이었던 <파묘>. 개봉 첫 주, 박스오피스 1위를 지키고 있지만 크게 흥행하진 못할 것 같다. 대중들의 관심을 얼마나 받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