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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더 디너>

신념은 변한다

한 달에 한 번, 의무적으로 보이는 저녁식사를 갖는 파올로와 마시모 형제. 그들은 각자 의사, 변호사라는 번듯한 직업을 지니고 있다. 영화<더 디너>는 그들의 신념과 관점을 다룬다.



영화의 시작과 끝은 비극적이며, 더불어 대구를 이룬다. 시작에서 보여지는 상황은 말다툼을 벌이던 운전자들의 다툼이 확대돼 한 운전자가 총에 맞아 즉사한 사건이다. 눈앞에서 아버지의 죽음을 목격한 아들은 자신도 전신마비 상태에 빠져있다. 의사인 파올로는 소년과 그의 어머니의 불행을 안타까이 여겨 선의의 거짓말을 하며 그들에게 희망을 심어준다. '애석하게도' 이들의 상대(소년의 아버지를 총으로 쏴 죽인)의 변호를 맡은 인물은 파올로의 형 마시모다. 둘은, 각자의 직업정신을 발휘하며 감정적 말다툼을 벌인다. 이렇게 영화는 파올로와 마시모의 '신념'을 우리에게 확인시킨다.


어느 날, 노숙자가 10대 청소년들로 하여금 폭행으로 죽음을 당한 사건이 TV에 나온다. 파올로의 부인 클라라가 즐겨보는 프로그램에 등장한 이 사건을 접하는 순간, 그녀는 불길함에 휩싸인다. 그렇다. 사건은 그녀의 아들 미켈레와 마시모네 딸 베니가 저지른 것이다.


클라라는 믿고 싶지 않았고, 미켈레와 베니도 자신들이 저지른 범행이 아니라고 (처음엔) 발뺌한다. 하지만 이 세상에 완전한 비밀이란 없는 법. 결국, 그들의 범행은 부모 모두가 알게 된다. 이제부터 상황이 흥미진진해진다. 관찰자였을 때의 신념은 주체가 됐을 때 어떻게 변해가는가. 영화는 여기에 주목한다. 인간의 이기적인 면에 대해 들춰내는 <더 디너>는 이것 이상의 사회 문제도 진단한다.


한 중산층 가정의 폐단이 부른 비극 안에는 현대사회의 부정적인 파편들을 확인할 수 있다. 결국, 이같은 끔찍한 사건의 원인들은 분열된 가정사로부터 기인된 것이다. 가족을 사랑하기 때문에 살인사건의 가해자를 감싸줘야 할 것인가? 윤리나 신념은 정말로 관념에만 국한된 '공상'인 것인가? 이 영화에서는 선악의 경계가 없다. 이는, 우리의 현실도 다르지 않다.


영화<더 디너>는 사색을 고무시킨다. 만약 당신이 이러한 사건에 휘말리게 된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윤리적인 대답을 할 것이다. 하지만 아무도 모른다. 관념에서 벗어나 실제로 이 상황과 마주하게 됐을 때의 당신의 모습은 그 누구도(스스로도) 확신할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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