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사랑

그 하얗던 얼굴,

그 상냥했던 말씨,

그 위대했던 취향.


그렇게 그에 대한 모든 기억은

낭만으로 가득하다.


당시에 즐겨봤던 티브이 속 주인공을 닮은 듯 기억되는 그는,

가까이 다가설 수조차 없을 만큼 위대했다.

어쩌다 그가 걸어오는 가벼운 질문조차

내게는 일기에 남겨야 할 만큼 들뜨고 기쁜 일이었다.


그의 전화번호를 남몰래 알아내

전화를 걸었던 때가 있다.

그의 여동생이 수화기를 들었고,

나는 그 여동생을 질투하기까지 했었다.

매일 그의 얼굴을 보고,

함께 식사하고,

사소한 말다툼을 하는 것조차 부러웠다.


아직도

그의 얼굴이,

그의 말씨가,

그의 취향이 뚜렷하게 떠오른다.


좀처럼 기억력이 좋지 못한 내가,

이십 년도 지난 과거의 일부를,

그것도 한 사람을 정확히 기억하고 있다.


사랑,

참,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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