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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쓰메 소세키 소설 <마음>

인간의 내면과 관계에 대하여


나(화자)는 우연히 남다른 분위기를 풍기는 '선생님'을 만나게 된다. 나는 그 선생님과 가까워지려 노력하지만, 이상하게도 그는 자꾸만 나를 경계하는, 혹은 내게 무관심한 듯하다. 나는 자못 서운하다. 그러던 중, 나는 아버지의 병환으로 고향으로 내려가게 된다. 그런 내게 선생님은 듣기에 좋지만은 않은 충고를 해준다.


화자가 선생님이라는 노인과의 관계가 가까워질수록 독자들은 선생님에게 무언가 비밀(사연)이 있으리라고 짐작하게 될 것이다. 실제로 선생님에게는 그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했던 비밀이 있었다. 작중에서는 유일하게 화자만이 선생님의 비밀을 알게되는 인물이 된다.


겉보기에 학구적인데다 경제적으로나 가정생활 면에서도 별 탈 없어'보이는' 선생님. 하지만, 좀 더 깊숙이 선생님의 생활권으로 들어가본 나는 멀리서 봤을 때의 이미지와 실체의 간극이 크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리고, 선생님이 나에게 써부친 편지에는 그토록 궁금했던 과거가 자세히 기록돼 있다. 소설은, 이 선생님의 편지를 통해 인간의 내면과 관계를 집중 탐구한다.


편지 속에서 선생님은, 왜 인간을 경멸하는지, 나아가 왜 자기 스스로에 대해 혐오를 느꼈고, 되돌릴 수 없는 치명적인 행위까지 저지르게 됐는지 고백한다. 꾸준히 방문하던 무덤 속 주인공의 비밀이 드러나는 순간, 필자는 뒤통수를 얻어맞은 듯한 충격을 받았다. 너무나도 갑작스러운 상황이 필자를 충격 속에 빠트린 것이다. 선생님의 삶은, 배신과 혐오의 연속이었다. 또한, 불안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어린 시절, 친척으로부터 배신을 당한 이후 염세적인 시각을 갖게 된 선생님은, 자신은 그러지 않기를 바랐을지 모른다. 하지만, 어느 순간 그는 가해자가 돼버리고 만다. 그때부터 자괴감에 시달리는 선생님은 '속죄'의 의미로 타인에게 잘 대해주려고 노력한다. 스스로에 대한 구원과 속죄를 해나가지만 결코 인간의 이기적인 본성에서 벗어날 수 없었던 그는, 결국 비극적으로 생을 마감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생님은 '사랑의 숭고함'은 지켜낸다. 지금의 부인(과거에 흠모했던 아가씨)의 삶에 오점 하나 찍히지 않길 바라는 마음은 실로 아름답다. '나는 돈에 관해 인간을 의심했지만, 사랑에 관해서는 아직 인간을 의심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다른 사람이 보면 이상할 일도, 또 내가 생각해 봐도 모순이라고 생각되는 일도 내 가슴속에서는 아무렇지도 않게 공존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221쪽)'

'그 정도로 나는 여자를 업신여겼지만, 아무리 해 봐도 아가씨는 업신여길 수 없었습니다. 내 이론은 그녀 앞에서는 전혀 힘을 쓰지 못했습니다. 나는 그녀에 대해 거의 신앙에 가까운 사랑의 감정을 품고 있었습니다. 종교에만 쓰는 이 단어를 내가 젊은 여성에게 쓰는 것을 보고 당신은 이상하게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나는 지금도 굳게 믿고 있습니다. 진정한 사랑은 신앙심과 그다지 다르지 않다는 것을 굳게 믿고 있는 것입니다. 아가씨의 얼굴을 볼 때마다 자신이 아름다워지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아가씨에 대해서 생각하면 고결한 기분이 금방이라도 나에게 전해지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만약 사랑이라는 이상한 현상에 양쪽 끝이 있어서 그중 높은 곳에는 신성한 느낌이 있고 낮은 곳에는 성욕이 있다고 한다면, 나의 사랑은 분명히 그 높은 지점에 이르러 있었을 것입니다. 두말할 것 없이 나는 인간이니 육체를 떠나서 존재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아가씨를 보는 내 눈이나 아가씨를 생각하는 내 마음은 전혀 육체 냄새를 띠고 있지 않았습니다. (227, 228쪽)' 를 읽으면 충분히 선생님이 사랑을 대하는 마음을 헤아릴 수 있다.


인간의 다양한 마음을 읊은 소설 <마음>. 시대성과 이어진 내외면적 불안과 고통은 물론, 선악을 아우르는 인간의 모든 본성을 아우르는 것이 이 작품이 오랫동안 사랑을 받아온 이유일 것이다. '쓴웃음'이라는 단어가 많이 쓰여진 만큼 이 소설에는 염세적인 색채가 배경을 이루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름답고 선한 생각들도 자주 발견된다. '인간이란 무엇인가' '관계란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하게 만드는 이 소설.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마음에 새기며 읽느라 완독까지 꽤나 시간이 걸렸던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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