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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버디영화① '바드다드 카페'

황량한 사막 위에 활짝 핀 두 송이의 꽃

내가 가장 먼저 접했던 여성 버디영화는 '바그다드 카페(Bagdad Cafe, 1987)'이다. 서로 다른 여성이 만나 관계를 형성해나가면서 마음을 나누고, 쌓여가는 우정과 함께 개인의 소망들도 이뤄나간다. 이 얼마나 아름다운 광경인가. 우정과 꿈을 이뤄나간다는 것은 행복의 지름길이다. 물론, 남녀의 사랑도 좋지만 동성 간의 우정은 이성 간의 사랑과는 또다른 행복의 요소다.


'바그다드 카페'는, '델마와 루이스(Thelma & Louise, 1991)' 만큼이나 유명한 버디영화다. 하지만, 두 작품의 분위기는 다르다. '델마와 루이스'가 동적이고 거칠다는 느낌을 지니고 있다면, '바그다드 카페'는 상대적으로 정적이며 차분한 느낌을 지닌다. 그리고 '델마와 루이스'에 비해 보다 현실적이다.


'바그다드 카페'의 주인공들은 중년의 아줌마들이다. 그녀들을 둘러싼 환경과 상황 모두는 척박하다. 그들의 첫만남은 황량한 사막 위에서 이뤄졌고, 그녀들 각자는 가족문제를 안은 상태다. 독일 여성 야스민은 미국 여행 중, 남편과 다투는 바람에 사막 한가운데에서 외톨이가 된다. 옷차림만 봐도 이방인임을 여실히 드러내는 그녀가 할 수 있는 일은 막연히 걷는 일 뿐이다. 그러다 발견한 곳이 주유소와 모텔을 겸하고 있는 '바그다드 카페'다. 여주인 브렌다는 퉁명스러운 태도로 야스민을 대한다. 무능력한 남편과 철부지 아들과 딸 때문에 이미 지칠대로 지친 상태다. 그런 그녀에겐 그 어떠한 것도 반가울 리 없다. 하지만, 야스민이 카페에 발을 들인 이후부터 브렌다의 내면도, 카페의 분위기도 조금씩 바뀌기 시작한다. 사실, 카페의 운영 상황은 나빴다. 뿐만 아니라 카페를 찾는 온갖 방랑자들의 삶 또한 처량하기 그지없다. 이런 척박함이 희망으로 변해가는 과정을 다루는 영화 '바그다드 카페'는 감동적일 수밖에 없다.



우선 야스민은, 어둡고 지저분했던 모텔과 카페를 말끔히 청소한다. 환경을 깨끗하게 개선한 다음, 마술을 익혀 손님들을 상대로 마술 서비스를 한다. 거짓말처럼 손님들로 북적이기 시작하는 카페는 활기의 공간으로 변모한다. 죽어있는 모든 것들에 생기를 부여하는 야스민. 나는 그녀가 이뤄낸 기적을 '야스민 효과'라 부르고 싶다. 불행한 가족관계와 경제적 빈곤을 앓고 있던 브렌다에게 외적인 성공과 더불어 내면의 힘이 되어준 야스민은, 그야말로 여신과 다름 아니다. 실제로, 트레일러에 사는 '루디 콕스'는, 야스민을 여신격으로 존중하고 그녀와 사랑에 빠지기도 한다. 야스민 또한 브렌다로부터 '위로'의 힘을 부여받는다. 결혼했으나 자식이 없고, 남편까지 떠나버린 관계성의 고통을 앓고 있던 야스민에게 브렌드는 막강한 친구가 되어준다.


야스민과 브렌다. 그녀들은 결핍을 안은 '약자'였다. 하지만 그들은 서로의 고통을 어루만지고 소통해나가면서 '성공'을 맛본다. 이렇듯 다른 국적과 환경 속에서 살아왔던 두 여성이 관계성과 꿈을 이룩해내는 과정을 보여주는 영화 '바그다드 카페'는 기적을 보여준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영화는 '현실성'을 종결된다. 관광비자가 만료된 데다 취업비자 없이 일을 하던 야스민은 고국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이고, 결국 카페는 다시 이전의 환경에 놓이고 만다. 하지만, 두 여성이 이뤄낸 기적은 확실히 멋있다.


'바그다드 카페'의 성공을 이렇게 표현하고 싶다. '황량한 사막 위에 활짝 핀 꽃'이라고. 비록, 모래바람이 휩쓸고 간 듯한 성공이지만 그 바람이 전하는 향기는 관객들의 마음 속 깊이 머물고 있을 것이다. 두 아줌마의 '뜨거운' 포옹은 가히 눈물겹다. 삶에 지쳐 힘들 때, 그 누구도 내 주변에 남아있지 않다고 여겨질 때 이 영화를 꺼내보면 어떨까. 지금의 환경이 처량하다 할지라도, 빛을 비춰주는 조력자가 언제든 당신의 눈 앞에 기적처럼 나타날 수도 있을 것이다. 그 힘을 믿어보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태도를 갖출 것. 마냥 우울하기만 한 인생은 없으니 말이다.


이 영화의 매력은 내러티브 뿐만 아니라, 시청각적 표현에서도 찾을 수 있다. '바그다드 카페'하면 OST부터 떠올리는 감상자들도 있을 것이다. 아카데미 주제가상 후보에 올랐던 주제곡 '콜링 유 Calling You'는 한 번 들으면 절대 잊히지 않을 만큼 독특하고도 강렬한 음색을 자랑한다. 영화를 지배하는 색채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수채화를 옮겨놓은 듯한 색감. 특히, 새파란 하늘빛과 척박한 사막의 색감의 대비가 인상적이다. 루이 콕스가 야스민을 대상으로 그린 누드 작품 또한 영화의 예술성을 한층 드높인다. 마치, 페르난도 보테로(Fernando Botero Angulo)의 작품전에 온 듯한 느낌을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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