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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카모메 식당>

진짜 행복의 비결을 알고 싶다고?


마음의 안정과 용기가 필요할 때면 내 머릿속을 가장 먼저 지배하는 영화 <카모메 식당>. 이 영화는 나 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작품이다. 나는 이 영화를 접한 후, 오기가미 나오코 감독의 작품들을 모두 찾아봤다. 또한 <카모메 식당>의 주인공들인 고바야시 사토미, 가타기리 하이리, 모타이 마사코의 팬이 되었다. 일본 영화 혹은 드라마가 보고 싶을 때면, 이들 배우들의 필모그래피를 체크해가며 감상하곤 했다. 동명의 원작 도서도 읽었고, 작가인 무레 요코의 다른 작품들도 하나 둘씩 찾아서 읽었다. 하나의 영화만으로 연출자와 출연자들, 그리고 원작 도서를 쓴 작가의 팬이 되어버렸을 만큼 나는 <카모메 식당>을 동경한다.


이 영화에 대한 나의 애착은, 사실 오랜 기간 동안 다양한 매체에서 표현해왔다. 원작 도서, 영화에 대한 이야기는 내가 글을 쓰고 있는 매체들 위에서 다양한 형태로 기록돼 있을 것이다. 재미있게도, 나는 지금 또! <카모메 식당>에 대한 글을 쓰고 있다. 내가 생각해도 피식, 웃음이 난다. 쉼이 필요했던 날, 집에서 또다시 이 영화를 재생시켰다. 아주 자연스럽게, 뭔가에 홀린 듯 나는 이 영화가 필요했다. 이번에 내가 이 영화를 통해 풀고자 하는 주제는 '버디(buddy)'이다.


<카모메 식당>은 특정한 이유를 꼽을 수 없을 만큼 내겐 좋은 작품이다. 전반적인 분위기도 그러하고, 핀란드를 동경하는 나로서는, 배경부터가 좋았던 것. 또한, 타국에서 건너 온 세 명의 여성이 힘을 합쳐 식당을 성사시킨다는 기분 좋은 결말 역시 훈훈함 그 자체다. 사치에는 엄마를 여읜 후, 통통한 갈매기들이 있는 헬싱키에서 '카모메 식당'을 연다. 손님 한 명 들지 않던 식당에, 일본 만화를 좋아하는 청년 토미가 찾아온다. 만화 주제가에 대해 사치에에게 질문하지만, 잘 알지 못했던 그녀는 서점으로 향한다. 그곳에서 일본인 여성 미도리를 만나고 그녀는 사치에에게 만화 주제가를 정확히 알려준다. 첫 만남 이후, 이들의 관계는 두터워진다. 지도에서 손가락을 짚은 곳이 헬싱키여서 무작정 오게 됐다는 미도리는 사치에와 동거를 시작하고, 미안한 마음에 사치에의 식당일을 돕겠다고 나선다. 미도리가 사치에의 집에 머무르게 된 첫날밤, 사치에가 준비한 일본 가정식의 첫 술을 뜨는 순간 미도리는 '울컥'한다.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비롯한 다양한 감정들이 뒤섞인 짧고 뜨거운 눈물을 보인 미도리! 그렇다. 사치에가 정성 들여 만든 음식은 '소울 푸드(soul food)'였던 것이다. 영혼이 깃든 음식. 음식은 추억과 사랑이 깃들었을 때, 즉 '감정'이 깃들었을 때 그 맛이 배가된다. 감정은 간을 맞추는 핵심 재료다. 소울 푸드를 나눠 먹은 사치에와 미도리는 그렇게 관계를 다져나간다.


영화는 곳곳에서 '감정의 힘'을 강조한다. 식당을 들른 중년의 남성은, 사치에에게 '더 맛있는 커피를 만들어주겠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사치에에게 '커피는 남이 만들어주는 것이 맛있다'고 말한다. 타인의 사랑이 섞인 것이라면 맛있을 수밖에 없는 것이 '레시피의 힘'이다. 왜, 아무리 맛 없는 음식이라도 사랑하는 사람이 만들어준 것이라면 그 정성과 노력에 힘입어 먹게 되지 않는가(물론, 아주 맛이 없다면 곤혹을 치르겠지만 어쨌든 곤혹을 감수할 만큼 감정의 힘은 강하다).



마지막으로 등장하는 여성은 마사코다. 공항에서 짐을 잃은 그녀는, 우연히 카모메 식당을 들르게 되고 사치에, 미도리와 정을 쌓아나간다. 아주 평온한 그녀들의 삶에서 두 가지 큰 사건이 발생한다. 이유없이 식당 내를 노려보는 중년 여성. 그녀는 그 노려봄을 반복하다, 식당에 들러 술을 시켜 마시더니 취해서 기절해버린다. 알고 보니 마음 아픈 사연이 있었던 거다. 또한, 어느날은 도둑이 든다. 그 도둑에게도 역시 사연이 있다. 사연 있는 이들은 타인(카모메 식당 사람)들에게 피해를 줬다. 그 피해의 원인은 가슴 아픈 사연에 있었다. 사치에는 말한다. 누구에게라도 사연은 있다고. 또한, 개인의 앞날은 그 누구도 보장할 수 없다고 미도리에게 고백한다. 불현듯, 미도리가 했던 말이 떠오른다. "세상 어디에 있어도 슬픈 사람은 슬프고 외로운 사람은 외로워요." 평온한 생활만 이어질 줄 알았던 핀란드의 사람들도 외롭고 슬픈 건 마찬가지임을 깨닫게 된 것. 어쩌면 외로움은 인간이 평생 안고 가야 할 과제 아닐까?


이렇듯 <카모메 식당>은 외롭고, 그래서 슬프기도 한 '사연 있는' 여성들이 모여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는 과정을 담은 작품이다. 협력의 힘이 일으킨 기적! 결국 카모메 식당은 '만원'을 이룬다. 삶의 교훈을 담은 이 영화를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내일 당장 세상이 멸망한다면 오늘 무엇을 할 것인가?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을 사랑하는 사람들과 나눠 먹겠다! 사치에의 생각이다. 행복은 멀리 있는 게 아니며, 따라서 거창한 것들로부터 느껴지는 게 아니다. 사치에, 미도리, 마사코. 그녀들에게 특별함은 없다. 하지만 그들이 모여 특별함을 이뤄낸다.


이 영화를 볼 때면, 어디에선가 루왁커피와 시나몬롤 향이 풍겨오는 것 같다. 그 향과 사람들의 행복한 잡담 소리. 시청각, 그리고 후각까지 열리게 만드는 영화 <카모메 식당>의 매력에서 나는 평생 탈출할 수  없을 것만 같다. 서은국 교수의 책 <행복의 기원(21세기북스>의 주제의식이 연상되는 작품. 이 책의 메시지는 '행복은 우리가 상상하는 큰 것에서부터 기인되는 것이 아니라 생존 본능과 쾌락을 채워주는 먹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나눠먹는 것으로도 충분하다'이다. 우리가 흔히 '소소한 행복'이라 부르는 것이, 배움의 장인 책, 영화 등에서 다뤄지고 있는 것이다. 달리 생각해보면 우리는 매일 많은 순간 행복을 느끼고 있는데, 행복은 손에 잡히지 않는 것이라며 불평하는 것 같다. 지금도 우리는 충분히 행복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는 걸 망각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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