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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연준 산문집 <소란>

마음을 '톡' 하고 건드리는 것들이 있다. 그 느낌은 경쾌할 때도 있고 주사기로 찔린 듯 따끔할 때도 있다. 또 달리, 마음을 '꾹' 누르는 것들도 있다. 지그시 누르는 것들은 여운이 오래가고, 그 여운이 주는 먹먹함이 오래 이어질 때면 정신과 몸마저 무거워질 때가 있다.



책 <소란>은, '톡'과 '꾹' 모두를 시도한 산문집이다. 동성(同姓)이 쓴 작품이라 더 깊이 공감하며 읽을 수 있었던 산문집. 대개 '시인'이라는 사람들은 왠지 모든 대상을 묘사할 때, 사람들이 흔히 느끼는 감정들 이상으로 사물의 수준을 드높인다. 시인의 묘사에서는 똥과 쓰레기도 미화될 수 있을 성싶다. 그래서, 시인들의 글에는 심한 왜곡이 깃들어 있다고 여겨질 때도 더러 있다.


하지만 <소란> 속 산문들은 뭐랄까…. 굉장히 진솔하다. 길지 않은 글들에도 여백의 기운이 느껴지지 않을 만큼, 내 감정들 곳곳을 만족시킨다. 소란은 동음이의의 단어다. '시끄럽고 어수선함'과 '암탉이 알 낳을 자리를 바로 찾아들도록 둥지에 넣어두는 달걀'의 뜻(이 두 가지 뜻 외에도 두 가지 뜻이 더 있다)을 지닌다. 이와 같이, 책을 메우는 온갖 소재들 또한 가장 밑바탕이 되고 고요한 것에서부터 시끄럽고 어수선한 것들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저자가 들어가는 글을 적은 것들 중 인상 깊었던 마지막 두 문단을 옮겨본다. '모든 소란은 고요를 기를 수 있는 힘이 있다고. 모든 소란은 결국 뭐라도 얻을 수 있게 해줍니다. 하루살이의 미소 같은 것. / 괜찮아요. 우리가 겪은 모든 소란騷亂은 우리의 소란巢卵이 될 테니까요.' 이 글에서 확인할 수 있듯, 세상의 온갖 번잡하고도 복잡한, 시끄러운 소란스러운 경험들로 인해 우리는 고요를 경험할 수 있다. 나아가 성장할 수 있다. 결국 저자는, 이 점을 읽는 이들에게 전달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


감성적이고도 낭만적인, 때로는 발칙하고 그래서 우스꽝스러운 에피소드와 고백들이 어우러진 산문집 <소란>. 정말 좋아서 소중한 사람에게 선물한 책이기도 하다. 시간이 흘러, 다시 꺼내어 읽을 때면 또 다른 느낌을 받겠지? 시간이 흐른 후, 같은 책을 접할 때 다른 느낌을 받는 것. 그 '새로운' 듯한 기분에 나는 '巢卵'이라는 제목을 붙이고 싶다.




[본문에서]


사랑하는 사람이 아프면 심장이 쪼그라든다.

사랑하는 자는 무릎을 꿇는 자가 아니라, 무릎이 꺾이는 자다. - 20


아무쪼록 잘 사는 일이란 마음이 머물고 싶어하는 것에 대해, 순간의 시간을 온전히 할애해주는 것일지 모른다.

시간을 '보내는 것'이 삶이라면 될 수 있는 한 '잘 대접해서' 보내주고 싶다. - 41


중요한 모든 것은 몸이 먼저 알고, 몸이 먼저 느낀다.

몸은 거짓말을 하지 않고, 왜곡하지 않는다.

사랑한다는 말도 좋지만 쓰다듬는 것이 더 좋다.

사랑도, 춤도, 시도, 인생도 결국 몸을 얼마나, 제대로 사용하는지에 달려 있는 게 아닐까? - 222, 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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