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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에브리바디 원츠 썸!!>

좀 놀아 본 남자라면 공감하고도 남을 걸?


리처드 링클레이터 감독의 신작 <에브리바디 원츠 썸!!>을 감상했다. 워낙, 감독의 팬이라 영화를 안 볼 수가 없었던 것. '비포 시리즈'로 유명한 그는, 시간의 제약이 있을 수밖에 없는 영화의 한계를 뛰어넘으려는 시도를 끊임없이 해왔다. 가령, 비포 시리즈를 완성해내기 위해 그는 주연배우 에단 호크와 줄리 델피와의 인연을 십여 년 간 이어나간다. 한편, <보이후드>에서도 한 인물의 성장과정을 고스란히 영화 속에 담아낸다. 이렇듯 리처드 링클레이터 감독은 인물에 대한 관심이 깊은데다, 그 인물을 극화하는 데 탁월한 능력을 지니고 있다.


영화 <에브리바디 원츠 썸!!>은, 1980년대 이제 갓 대학생으로 입학한 제이크가 개강 전 나흘 동안 겪은 일들을 펼쳐보인다. 영화에는 다양한 캐릭터를 지닌 철부지 대학생들이 등장한다. 그들은 그들 나름대로의 '공동체 의식'을 발휘한다. 함께 먹고 마시고 즐긴다. 한 마디로 '놀음의 끝판'을 보여주는 기숙사 이야기! 술, 마약, 여자와의 썸. 이 모든 이야기들을 접하게 되는 영화.



대학생이 된다는 들뜬 마음을 안고 일탈의 끝! 을 만끽하는 제이크와 친구들. 이 이야기는, 여성인 나로서는 좀처럼 공감할 수 없었지만, 남성 관객이라면 십분 공감하리라 예상한다. 아마, 남성들이라면 이 영화에 대해 몇 시간 쯤은 수다를 떨 수 있지 않을까? 영화 자체에 대해서도 그렇지만, 자신들의 과거에 대한 시시껄렁한 수다를 즐길 수 있으리라.


나는 이 영화를 보며, 대만영화 <나의 소녀시대(프랭키 첸 연출 2015)>가 떠올랐다. 전혀 다른 장르와 분위기인데 왜 떠올랐냐고? 이유는 '과거를 회상하게 만든다'는 공통점이 있기 때문이다. 나의 순수했던 짝사랑 경험이 있던 학창시절을 연상하게 만들어줬던 <나의 소녀시대>. 배우들이 연기해낸 세밀한 연기들은 나의 옛 생활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깊이 공감하며 감상했던 영화라, 별 것 아닌 장면에서도 웃고울었다. 아마 남성들이 <에브리바디 원츠 썸!!>을 보며 내가 <나의 소녀시대>를 통해 느꼈던 감정들을 느끼지 않았을까? '좀 놀아 본 남자'라면 말이다.


마치, 아주 친한 남자친구와 진실게임을 한 듯한 기분이었다. 남자의 '다소 엉망이었던' 과거 이야기를 들었을 때 드는 묘한 기분. 이 독특한 감정을 느끼게 만들어 준 이색적인 영화 <에브리바디 원츠 썸!!>. 모두가 한 번쯤은 일탈을 꿈꾼다. 그 일탈을 충실히 이행했던 남자들의 모습을 그린 작품. 역시나! 리처드 링클레이터 감독은 솔직한 사람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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