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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태풍이 지나가고>

있을 때 잘 하자.


늘 개봉 전부터 필자를 설레게 만드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작품들. 신작 <태풍이 지나가고> 역시 기다림의 대상이었다. 개봉 전 먼저 만나본 영화. '역시나' 좋았다.


궁극적으로 '사랑'을 말해오는 감독은, <태풍이 지나가고>에서 '가족애'를 풀어낸다. 사실 그는 늘 '가족애'를 말해왔다. 가족이라는 관계에 대해 늘 탐구해왔다. 그와 동시에 '죽음'에 대한 성찰도 꾸준히 해왔다. 이번 영화에서도 '어김없이' 두 요소 모두 들어있다.


특히, 2013년작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이후에 발표된 세 작품은 '가족'의 탐구에 집중을 가한다. 2015년에 발표한 <바닷마을 다이어리>가 그랬고, <태풍이 지나가고>도 마찬가지다. 감독의 전작들이 늘 그래왔으나 특히 최근 세 작품들을 보면, 가족 구성원들은 각자 흩어져 있다. 심지어 구성원들은 '가족이 아닐 수도' 있었다.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와 <바닷마을 다이어리>에서의 가족은, 혈연으로 맺어진 관계가 아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들은 혈연 이상의 끈끈한 가족애를 발휘한다. 여기에서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휴머니즘이 절실히 느낄 수 있다. 휴머니즘. 이것이 감독의 인기 비결이다.



<태풍이 지나가고>의 료타네 가족들 역시 흩어져있다. 명작가를 꿈꾸는 사설탐정인 료타는, 부인과 헤어진 상태다. 아들과는 한 달에 한 번 만난다. 겉으로는 아니라고 말하지만, 지난 결혼생활에 후회와 그리움이 가득한 료타. 그는 전 부인과 아들의 일상을 엿보기까지 한다. 태풍이 휘몰아치려는 날, 료타네 가족은 료타의 어머니집에서 하룻밤을 보내게 된다. 과연 이들의 관계는 회복될 수 있을까?


영화는, 가족의 부재와 상실을 통해 '현재에 충실할 것'을 강조한다. 료타는 가족관계 뿐만 아니라, 대인관계에 있어서도 그다지 원만하지 않다. 이는, 료타를 둘러싼 모든 생활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갑자기 돌아가신 아버지에게 소홀했던 그는, 살아생전 아버지의 생활에 대해 아는 바가 거의 없다. 뿐만 아니라, 누나와의 관계도 석연치 않다. 아직 철 들 날이 머나먼듯 보이는 료타. 그는 태풍을 맞고, 그것을 지나보낸 이후 무언가 '깨닫게' 된다.


영화가 전하고자 하는 바로 그 메시지! '있을 때 잘 하자'는 메시지는 우리 모두다 익히 '들어와서'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그 앎을 실천에 옮기는 데는 한없이 서툴다. 마치 료타처럼 말이다. 우리는 사랑했던 이를 잃고난 후에야 후회한다. 곁에 있을 때 잘해주지 못한 것에 대해 후회한들 상황은 달라지지 않는다. 물론, 사랑했던 연인이 재회하고 이혼했던 부부가 재결합하기도 경우는 있다. 하지만 누군가가 '죽음'에 이르렀다면, 어떠한 수를 쓰더라도 후회를 메울 수 없다. 죽음은 이별의 극단적인 상황이다. 그래서 '현재의 소중함'을 전달하는 책이나 영화 등에서는 늘 죽음이라는 소재가 동반된다. 아이러니하게도, 더 좋은 '삶'을 위한 동기부여에는 죽음이 뒤따른다. 죽음을 염두에 둔다면, 현재에 충실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료타는 아버지를 여의고, 가족을 잃었다. 뒤이어 또 다른 가족과 주변 사람들과도 이별할 날이 올 것이다. 삶의 중요한 메시지를 깨달은 그와 우리는 이제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 태풍은 타격이 큰 천재지변이다. 인간의 힘으로는 거스를 수 없는 상황이다. 또한, 많은 것들을 앗아간다. 죽음, 관계의 상실은 태풍 후에 남겨진 슬픈 결과들이다. 물론, 태풍 이후 사람은 성장할 수 있다. 하지만 많은 것들을 잃기 전에 그것들을 꽉 잡을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있을 때 잘 하자, 후회하지 말고' 이 가르침을 전해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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