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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무드 인디고>

현실과 환상을 오가는 판타지로맨스


영화 <무드 인디고>는 상상 속에서나 가능했을 법한 비주얼을 현실에 반영해낸 재기발랄한 작품이다. 이는,  <이터널 선샤인>으로 전세계 많은 영화팬들의 사랑을 받은 미셸 공드리의 작품이다. 필자는 이 영화를 감상하며 단순히 어떤 것을 보는 것 이상의 '체험'의 기운을 느꼈다. 영화 속 주인공들은 상상에서나 가능했던 발명품들을 사용한다. 그들이 몸담고 있는 환경 또한 이색적이다.


마치, 미래의 이야기인 듯 느껴지는 <무드 인디고>는 판타지 로맨스다. 주인공들이 겪는 상황에서부터 그들의 환경 모두가 판타지에 근거한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만이 실존에 근거한다.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재력가인 콜랭은, 운명의 상대 클로에를 만난 후 삶이 바뀌기 시작한다.


콜랭의 삶이 변해가는 과정은, 영화의 색채로 표현된다. 영화의 시작은, 온갖 총천연색이 선명하게 자리잡고 있다. 시작이 알록달록한 사탕들이 모여있는 캔디박스 같았다면, 영화가 끝날 무렵에는 그것들이 퇴색되어 결국 흑백으로 마무리된다. 화려하고 선명했던 색채가 빛을 잃어가는 동안, 콜랭은 현실과 사랑을 알아간다.



<무드 인디고>는 미셸 공드리가 비주얼리스트임을 확인할 수 있는 작품이다. 온갖 기발한 아이디어들이 살아숨쉬는 미셸 공드리의 세계는, 마치 놀이동산에 놀러온 듯하다. 이미 알 거 다 아는 어른들의 호기심마저 자극할 만한 오브제들의 활용이 인상적이다. 인물들은 시공간을 자유로이 넘나드는가 하면, 구름모형의 캡슐을 타고 행복의 순간들을 만끽한다. 알록달록한 먹거리들을 재미있게 즐기는 등 보기만 해도 황홀한 장면들이 미셸 공드리의 역량을 충분히 반영해낸다. 상상에서나 가능할 법한 것들을 현실화해내는 그는 감독이자 '발명가'이기도 하다.



이렇게 화려하고 황홀했던 영상들과 색을 잃어가는 우울한 상황들이 이어지는 영상들의 간극. 이 간극은 상당하기에, <무드 인디고>에 대한 인상이 썩 좋지 않다고 평하는 사람들도 있다. 잃어가는 색을 채우기(사실은, 클로에의 병을 낫게 하기 위해, 온갖 화려한 꽃들을 사 모으는 콜랭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은 암담할 뿐이다.



현실과 판타지의 경계를 넘나드는 영화 <무드 인디고>는, 어찌됐건 필자에겐 인상적이었던 작품이다. 실험적인 동시에 현실적인 영화. 정신없이 황홀한 영상들을 '즐기다'보면 어느덧 냉혹한 현실과 마주하게 된다. 놀이공원에서 신나게 기구들을 즐기다 현실로 돌아오면 즐거웠던 과거들이 떠오르게 마련. <무드 인디고>는 필자에게 그런 작품이다. 이따금씩 다시 보고싶고, 볼 때는 즐거우며 다 보고 난 후 다시 그리워지는 그런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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