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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스파 노에 감독 영화 <러브>

감상적인 섹슈얼리티

국내 개봉 전부터 논란이 됐던 영화 <러브>. 사실, 가스파 노에 감독의 작품들은 논란이 중심에 설 수밖에 없을 정도로 강렬한 이미지를 발산한다. 특히 <돌이킬 수 없는 Irreversible, 2002>은 거친 내용과 독특한 형식(특히, 카메라 기법이 인상적이다)으로 필자의 뇌리에 강렬하게 박혔던 작품이다. 그렇기에 감독의 신작은 자연스레 필자의 호기심을 자극할 수밖에 없었다.


러브. 제목 그대로 '사랑' 그 자체를 담은 영화다. 영화는 한 커플에 주목한다. 하지만, 현재 그들의 상태는 이별 위에 놓여있다. 결혼 후 아기를 낳고 가정을 꾸리며 살아가고 있는 한 남자(머피)가 옛 연인(일렉트라)과의 과거를 떠올리는, 일종의 플래시백 형식으로 전개된다. 현재의 상황에 다소 불만족스러워보이는 머피. 그가 진정으로 사랑했던 한 연인과의 옛 이야기를 '엿보는' 과정은 꽤나 흥미롭다. 이 영화가 '논란에 휩싸이게 된' 날 것 그대로의 정사신은 염탐의 흥미를 배가시키는 주된 요소다.


하지만, 이 영화는 사실적일 뿐이다. 우리의 사랑이 작중 연인들과 다른 점이 무엇이겠냐는 거다. 사랑하기 때문에 한시도 떨어지지 않으려고 서로에게 집착하고 그것이 육체관계로 이어지는 것. 어쩌면, 성인의 사랑에서는 지극히 당연한, 아주 일상적인 부분 아닌가? 이것이 영화로 표현됐다는 이유만으로 문제시 삼는 것은 다소 문제가 있다. '사랑 그 자체'를 탐구한 작품이니만큼, 정사신이 빠졌다면 필자는 오히려 진솔하지 못한 작품으로 평가내렸을 듯 하다.


사랑은 우리의 인생에서 결코 뺄 수 없는, 어쩌면 가장 중요한 가치다. 가스파 노에 감독은, 가장 소중한 것을 가장 진솔하게 담아낸다. 그는 사랑을 '탐구'했다. 한 커플의 만남에서부터 이별을 그려나가면서, 그 속에 존재하는 다양한 상태와 감정들을 작품 안에 전시한다. 영화를 보는 동안, 마치 '머피와 일렉트라의 사랑'이라는 이름을 지닌 갤러리에 온 듯한 느낌이었다. 실제로, 영화 <러브>는 감독의 전작들과는 달리 카메라 무빙이 정적이다. 침묵하며 피사체를 응시하는 감독의 자세는, 관객들의 영화 관람 태도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치리라 예상한다.


결국, 가스파 노에 감독이 '탐구'한 사랑 또한 수많은 사랑의 과정들과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확실히 느낄 수 있는 바는, 머피와 일렉트라의 사랑은 '강렬했다'는 점이다. 둘은 마약에 취한 듯 서로에게 중독돼 있었고, 때로는 권태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무모하고도 충동적인 도전을 일삼기도 했다. 그야말로 '지독한 사랑'을 행했던 연인이다.


영화 속 머피는 가스파 노에 감독의 페르소나와 다름 아니다. 작중에서 머피는 이렇게 말한다. '감상적인 섹슈얼리티'를 표현하고 싶다고. 이는 즉, 영화 <러브>에 대한 표현이다. 이 영화는 플라토닉과 섹슈얼 모두를 안고 있다. 절대 섹슈얼적인 요소에만 집중해서는 안 될 작품이라는 거다. 특히, 화편화된 영화의 엔딩 신은 가히 인상적이다. 한때 이슈화됐던, 너무나 사랑해서 하나가 된 채로 굳어진 '폼페이의 연인화석'을 연상케 만든 장면 말이다. 더불어 '감상적인' 대사들도 상당량 등장한다. 시적인 표현, 특히 일렉트라의 '사랑을 잃는다면 이 생에서 사라지겠다'는 식의 대사는 극단적인 동시에 아름다운 표현이었다.


이 영화는, 사랑의 정의에 대해 생각케 만든다기보다는 지독하게 사랑했던 옛 사랑을 떠올리게 만드는 작품이다. 이미 지나간 사랑을 되짚어본들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만은, 되짚어볼 만한 사랑이 존재한다는 것은 지난 인생이 꽤 가치있었음을 자각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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