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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로렐, Freeheld>

그녀들의 '설 곳'을 위한 투쟁

영화 <로렐>은 퀴어영화인 동시에 인권영화다. 23년 간 사회의 정의를 위해 혼신을 바쳤던 여형사 로렐. 부서장을 꿈꾸는 야심가인 그녀는, 애석하게도 사회적 (시선에 의한)약자에 속한다. 여성인 동시에 동성애자이기 때문이다. 그런 그녀는 자신의 연애관을 숨겨왔다. 신분을 숨기기 위해 외딴 시골마을 배구 클럽에서 운명의 상대, 스테이시를 만난다. 둘의 강렬한 끌림은 자연스럽게 파트너십으로 이어지고, 이윽고 동거하게 된다. 둘의 행복이 시작되는가 싶더니, 웬걸. 로렐은 말기암 판정을 받는다. 희박한 생존율, 얼마 남지 않은 여생이라는 악조건 속에서도 스테이시는 로렐의 곁을 떠나지 않는다. 오히려 헌신하며 그녀에 대한 사랑을 끊임없이 표현한다.


죽음에 임박한 로렐. 그녀는 마지막 연인을 위해 사후 연금 수령인을 스테이시로 인정해달라고 의회에 요청한다. 하지만, 의회에서는 기각을 반복할 뿐이다. 부부 중 한 사람이 사망하면 배우자가 연금을 받는 것은 '당연'하지만, 로렐과 스테이시는 (법적 부부가 아닌)동거인이라는 이유 때문에 당연한 것이 '부당한 것'으로 되어버린 셈이다. 그래서 로렐과 스테이시, 그리고 로렐의 직장 동료 데인은 투쟁에 나선다.



결국, 사랑은 '승리'한다.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된 영화이니만큼 주된 인물들과 그들과 인권운동에 동참한 집단들은 주장한 바대로 밀고 나간다. 이기심이 도사리고 있었던 로렐의 직장동료들도 이타심을 발휘하는가 하면, 끝내 의회도 로렐의 요청을 승인한다. 정의를 위해 헌신해 온 로렐은, 가장 상대하기 힘든 죽음 앞에서 결국 무력해지고 말지만 죽기 전, 심지어 죽음 이후에까지 사랑을 품는 데 성공한다. 뿐만 아니다. 죽기 전까지 사회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 싸웠고, 결국 그 파급력으로 인해 사회가 바뀌었다.


로렐은 결코 이기적인 인간이 아니었다. 그녀는 여성을 위해, 자신의 사랑(연인)을 위해 투쟁한 것이 아니다. 사회적 '평등'을 위해 힘썼다. 왜 동성애자라고 해서 이성애자들과 다른 대우를 받아야 하는가. 대상이 동성이든, 이성이든지를 따지기 이전에 우리 모두는 동등한 인간이라는 종(種)이다. 그렇기 때문에, 인간의 존엄적인 가치를 인정하는 우리 모두는 '평등'해야만 한다. 차별이 아닌 동등. 성 소수자들도 타인들과 마찬가지로 아무런 높낮이가 없는 평지 위에 설 수 있어야만 한다.


이렇듯 영화 <로렐>은, 인류의 가장 보편적인 동시에 존엄적인 문제인 '평등'에 집중한다. 동성, 이성애자이든지를 따져들기 이전에 우리 모두는 '사랑을 하며 행복을 느끼는' 존재들이다. 단지 이것만 인정한다면, 사실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 '인권' 아닐까? 이렇게 따지고 보면, 인권이 '문제'가 될 이유가 전혀 없을법한데 인류는 그동안 숱한 차별과 그로 인한 부당한 대우, 심지어 투쟁을 이행해왔다.


<로렐>은, 성 소수자에 대한 나쁜 편견을 지녀왔던 사람들을 반성하게 만든다. 그 방법으로 영화는, 강요가 아닌 사랑을 택(물론, 실화를 소재화했지만)했다. 사실, 영화 전반에서 극적 요소는 발견하기 힘들다. 재미있을 소재는 부족할 수 있지만, 감동의 요소마저 부족한 점은 다소 아쉬운 부분이다. 순차적으로 나열된 영화의 전반적인 연출은 다소 밋밋하다. 로렐과 스테이시. 이 두 인물에 집중 조명돼 있는 영화다. 이 조명된 인물들을 연기한 줄리안 무어와 엘렌 페이지의 열연 덕분에 '다행히도' 영화에 대한 전반적인 느낌은 나쁘지 않았다.


제대로 '설 곳'조차 없는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영화 <로렐>. 하마터면 로렐과 스테이시는, 그들이 마음 편히 몸을 누이고, 마음껏 사랑을 나눴던 공간마저 빼앗길 뻔 했다. 이 영화는 결국, 사회적 약자들이 자신들만의 작은 공간을 지켜내기 위한 투쟁을 보여줌으로써 개인과 사회에 뿌리박힌 편견을 녹이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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