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영화 <나의 산티아고>

한 걸음씩 딛다보면, 성장한 나를 만날 것이다.


어디론가 떠남으로써 우리는 한층 더 성장할 수 있다. 일상으로부터 벗어나 타지의 다른 환경을 경험한다는 것. 이것은 분명 성장의 배경이 된다. 멀리 떨어져서, 자신의 생활들을 객관적으로 바라본다는 것. 여기에는 필히 동반되어야 하는 요소가 있다. 바로 '홀로' 걸어가야 한다는 점이다. 누군가와의 동행은 '즐거운 여행'은 될 수 있지만, 성찰의 기회를 주지는 않는다.


영화 <나의 산티아고>는, 독일에서 베스트셀러를 석권한 책 <그 길에서 나를 만나다>를 바탕으로 제작됐다. 책은, 독일의 희극배우 하페 케르켈링이 자신의 산타아고 순례기를 옮긴 것이다. 즉, <나의 산티아고>는 실화영화다.


희극배우 답게, 산티아고 순례길을 오르는 동안에도 희극성이 이어진다. 우선, 신은 찾아나서겠다는 순례길을 오르는 대부분의 사람들과의 목적의식과도 '다름'이 느껴지는 그의 여행길이다. 어느날 갑작스레 쓰러진 하페. 번아웃! 그는 심신의 에너지가 완전히 고갈된 상태다. 그는 의사로부터 3개월 간 꼼짝말고 쉬라는 처방을 받는다. 사실, 그는 쉼이 필요했었다. 하지만 몸의 적신호를 무시한 채 쉼없이 달려왔기에, 급기야 쓰러진 것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삶, 많은 부분을 내려놓아야만 하는 시점이 온 것이다.


하페의 순례길은 '역시나' 녹록지 않다. '기특하게도' 어쨌든 여행길을 향해 질문을 던지는 그. 첫 질문은 '요즘 시대에 신을 찾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였다. 사실 그는, 순례자로서 산티아고에 올랐다기보다는 '자아를 찾기 위한' 여정길에 올랐다고 보는 게 맞다.


시작부터 폭풍우와 맞서야 했던 하페. 비만의 몸을 이끌고 풍파와 맞서야 했고, 편안한 잠자리가 아닌 길바닥 쪽잠 신세를 경험해야만 했다. 그 고통스러운 경험들은 하페의 의지를 여러번 꺾어왔으나, 결국 그는 성공에 다다른다.



하페는 791km의 순례길 걷기의 목표를 달성한 것에 대한 성취감은 물론이거니와, 타인과의 소통 및 그들로부터 얻는 힘을 배우게 된 그다. 자신을 둘러싼 내외면의 세계와 접촉하는 동안, 성장하게 되는 것. 모든 이들에게 이것이 정답이고 진리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어쨌든 많은 사람들이 홀로 떠나는 여행에 대한 예찬론들을 펼쳐왔다. 이 의미를 안고있다는 것만으로도 <나의 산티아고>는 충분히 가치있는 작품이다.


하지만 연출이 살짝 아쉽다. 희극인의 순례길이라 유쾌한 면을 가미하기는 했지만, 성찰의 의미를 전하기에는 하페의 발걸음이 너무 가볍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이 남은 건 사실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영화<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