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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나는 혼자 여행 중입니다>

북유럽의 우아한 범죄소설과 만나다



디테일이 인상적인 소설 <나는 혼자 여행 중입니다(I'm traveling alone)>. 유연한 문체 속에 스며들어있는 정교한 사건의 나열은, 책 뿐만 아니라 필자로 하여금 작가에 대한 경외감까지 느끼게 만들었다. 작가 '새무얼 비외르크'는, 이 처녀작 하나만으로 전 세계 열풍을 일으켰다. '비외르크 신드롬'을 불러일으킬 만큼 독자들로부터 사랑을 받은 그의 소설이 드디어 국내 독서시장에 상륙한 것이다.


이 소설 속 사건은 '소녀들의 연쇄살인'이다. 베테랑 수사관 홀거 뭉크는 이 사건의 실마리를 풀기 위해 훌륭한 직관력을 지닌 미아 크뤼거와 재회한다. 이들을 필두로 수사 여행이 시작된다. 하지만, 이들의 수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도 연쇄살인은 멈추지 않는다. 가장 순수하고, 그래서 아름다워야만 하는 소녀들. 하지만 이들은 예쁜 원피스를 입은 채 나무에 목이 매달려 있다.


잔혹한 살인, 그 속에 내재된 다양한 폭력성과 복잡하게 얽히고설킨 인간관계. 소설은 인물들의 개인사를 짚어가며 슬픔과 공포를 조율해나간다. 북유럽 특유의 무심한 듯 냉철한 사회비판의식이 서려 있는 소설이기에 더욱 인상적이다. 특히 필자는, 우아하면서도 감상적인 작가의 문체가 마음에 들었다. 그 문체에 점진적으로 빠져드는 순간 '움찔'하게 만드는 섬뜩한 사건들은, 마치 눈으로 '보는' 듯한 생생한 상상을 가능케 만들어줬다.


스웨덴 영화 <렛미인>이 그랬듯, 최고의 복지국가들에서 벌어지는 끔찍한 사건들은 그것을 접하는 사람들로 하여금 섬뜩함을 배가시킨다. '우아한 범죄소설'을 읽는 동안, 폭염의 잔혹함에서 살짝 벗어날 수 있었다. 여름날 읽기에 제격인 소설 <나는 혼자 여행 중입니다>. 범죄소설을 좋아하는 독자들에게 추천하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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