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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널>, 온갖 '갇힘'에 관한 영화


배우 하정우의 출연만으로도 내겐 감상의 이유가 충분했던 영화 <터널>. '믿고 보는 배우'인 그는 <더 테러 라이브>에서도 1인 주연극의 한계를 가뿐히 뛰어넘은 이력이 있다.


<터널>에서 그는, 자동차 딜러 '정수' 역을 맡는다. 아이의 생일을 맞아 케이크를 사들고 집으로 향하는 길에 터널에 갇히고 만다. 이후 그는 한 달이 넘는 시간 동안 터널 속에서 '홀로' 사투를 벌인다. 그 외에 갇힌 자가 있었지만, 도움의 수혜자가 되는 영광은 누리지 못한다. 어쨌든 정수는 최악의 조건에서 생명의 끈을 놓지 않고 생존과의 사투를 벌인다.


영화는 다양한 갇힘에 대해 이야기한다. 먼저, 정수는 터널에 갇혔다. 그는 물리적으로 철저히 갇혀버린다. 터널, 그 안에서도 자동차 내 좁은 공간에 갇혀버린 그는 다양한 한계에 부딪힌다. 그의 구조를 위해 수많은 사람들이 현장을 찾지만, 이기심에 물든 이들은 잇속 챙기기에 바쁘다.


이렇듯 '터널'이 상징하는 바는 크다. 무너져버린 터널과 그 안에 철저하게 홀로 갇혀버린 한 사람. 이를 통해, 영화는 무너진 사회와 인심, 그 안에서 고립된 인간의 슬프고도 처절한 모습들을 보여준다. 극단적인 상황에 처한 인물은 그렇게 생존을 위해 나아간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전진하는 남자는, 그렇게 스스로 탈출구를 찾아 나선다.


<터널>이 특히 흥미로운 이유는, 연출에 있다. 김성훈 감독은, 전작 <끝까지 간다>로 흥행을 이끌어 낸 인물이다. 그는 전작의 연출법을 이번 작품에서도 연이어 활용한다.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게 만드는 연출법. 안도의 한숨을 내쉬게 만든 후 머리카락을 바짝 서게 만드는 긴장감을 이음으로써, 감정의 간극을 극도로 활용한다. 따라서 관객들은 이어질 이야기를 쉽게 예측할 수 없다. 영화를 보면서 머릿 속에 맴돌았던 대사가 있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이것이 단 하나의 사건. 단 한 명의 주인공. 이렇게 극단적인 상황 연출과 126분이라는 짧지만은 않은 러닝타임을 갖춘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지루하게 느끼지 않을 수 있었던 이유다.


단 하나의 사건을 통해 세상 모든 이야기를 확인할 수 있는 영화 <터널>. 인상적인 작품이다. 다양한 '갇힘'에 대해 사색하게 만드는, 그래서 한편으로는 슬프고 아픈 영화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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