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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지은 산문집 <익숙한 새벽 세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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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자열기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가는 과정은

어쩌면 열기 싫은 상자를 계속 열어나가는

고통의 반복일지도 모르겠다.


상자를 열었다.

지금까지 해온 실수가 나왔다.

못난이가 나왔다.


그래도 계속 열어나가면

무리하지 않는

단정하고 확실한 행복을

얻을 수 있을까.


 삶은 늘, 고민의 연속이다. 어쩌면 고민의 반복으로 쌓이는 게 삶 아닐까도 생각해본다.




성장에 대하여


눈을 커다랗게 뜨고 있으면 환한 빛도 들어오지만 큰 먼지도 들어온다.

그렇구나, 눈은 시리기도 하구나, 흉한 것도 있구나, 빛은 가끔 무섭구나, 항상 바라볼 수 있는 것이 아니구나,

그러면서 차차 실눈을 뜨게 된다.

좋아하는 것을 오래 보기 위해선 실눈을 떠야 할 때도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러다보면 새로운 환한 빛을 받아들이기 힘들어진다.


 환경은 변하게 마련이다. 모든 상황이 내 뜻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그래서 때로는, 주어진 상황에 순응해야 할 때도, 그 상황 안에서 최선의 방법을 찾아야 할 때도 있다. 선택의 여지가 없을 때도 있다는 거다.

 하지만, 때로는 과감해야 할 때도 있다. 정말, 간절히 원하는 것이 있다면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눈부신 태양도 직시해야 할 때가 있는 법이다.




부끄러움


아무리 향긋한 것을 먹어도

결국 지독한 방귀를 뀌게 되는 인간의 습성과도 같다.

슬픔도 그렇다. 흉물스러운 쇳덩이처럼

마음의 방에 있는 슬픔은

예쁜 커튼을 달아도 멋진 조명을 켜도

잠시 보이지 않게 할 수 있을 뿐,

사라지게 할 수 없다.

방향제를 뿌려도 잠시,

비릿한 쇠 냄새가 다시 방을 채운다.


인간이란 그렇다. 아니, 세상 만물 모두가 그렇다. 변하지 않는 건 없다.

     완벽하게 만들어진 명품일지라도 시간이 흐르고, 손때를 타면 변하게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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