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렬한 사랑을 했으나 그곳에서 빠져나온 누군가에게 물어보라.
어떤 방식으로든 가장 뜨거운 순간을 경험하게 해준 사람과 멀어지는 바로 그때
가장 큰 외로움을 맞닥뜨리게 되는 연애의 역설은,
연애하는 사람이 감당해야 하는 가장 기본이다.
오히려 고독이라는 감정을 그저 담담하게 받아들일 수 있을 때야말로
연애를 하기에 적합한 때일 것이다.
대단한 삶을 욕망하기보다 묵묵히 자신의 의지를 따르기로 결심했을 때 담담히 자기 삶을 살 수 있듯이,
대단한 연애란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때에야 오히려 담담하게 상대를 사랑할 수 있다.
_ 곽정은 에세이 <편견도 두려움도 없이> 28쪽에서
십분 공감한다.
우리는 외롭다는 핑계로 상대에게 자신의 기대감을 투영한다.
하지만, 우리는 어떠한 상태로든 혼자의 시간을 가져야만 한다.
타인 없이 혼자의 시간을 보내는 것에 서툰 사람들은 외롭다며 다른 사람의 에너지에 기댄다.
그에 반해, 혼자의 시간을 잘 보내는 사람은 상대를 기댐의 대상으로 여기지 않는다.
우리는 사랑이라는 관계를 맺지만, 근본적으로는 개인이라는 개체다.
온전한 관계는, 개체가 바로 섰을 때 더 좋아질 수 있는 법이다.
따라서, 연애가, 사랑이 적합할 때는 역설적으로 홀로 있을 때의 감정을 받아들일 수 있을 때다.
이와 같은 맥락은, 에리히 프롬을 비롯한 사랑의 철학가들이 입을 모아왔다.
하지만, 고독을 즐기는 사람 또한 연애에 임할 때에는 '관계를 염두'에 둬야 할 것이다.
사랑은 고독 상태에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상대가 존재하는 사랑은 나르시시즘이 아니다.
그래서 사랑은 어려운 것인데, 그렇기 때문에 자신이 바로 섰을 때,
고독을 받아들일 수 있을 때가 사랑이 적합한 시기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