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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스러운 가족영화 <버니드롭>

다이키치, 서툰 아버지가 되다



'사랑스럽다'라는 표현이 어울리는 영화 <버니드롭>. 외할아버지 장례식장을 찾은 다이키치. 거기에서 우연히 만나게 된 외할아버지의 숨겨둔 여섯 살 난 딸, 린. 린의 엄마라는 자는 장례식장에 얼굴 한 번 비추지 않고 심지어 그녀의 존재조차 몰랐던 가족들. 가족들은 린의 양육 문제를 떠넘기려 할 뿐이다. 이에 욱한 다이키치는 자신이 린을 데려가겠다고 자처한다.


<버니드롭>은 다이키치의 '서툰 아버지'로서의 고군분투기를 보여준다. 스물일곱 살인 그는, 매일같이 린을 보육원에 데려다준 후 출근하고, 퇴근하자마자 린을 데려오기 위해 부리나케 달린다. 그야말로 치열함의 연속이다. 성실하게 근무하던 부서에서 야근 없는 부서로 이동할 만큼 린의 양육에 나름의 최선을 다한다. 보기만 해도 힘든 육아. 그 과정을 직접 겪는 과정에서 다이키치는 성장한다. 그의 어머니는 '자신이 얼마나 희생했는지'에 대해 눈물을 머금고 토로한 바 있다. 그 심경을 다이키치는 알 턱이 없었다. 하지만 격렬한 육아를 통해 그는, 어머니의 심경과 당시 사정을 이해하게 된다.


부모가 되는 것. 사실 나는, 상상만으로도 무게가 느껴질 만큼 빨리 경험하고 싶지 않다. 다이키치 어머니의 말처럼, 수많은 희생이 따르게 마련이므로. 이 '희생'에 대해 다이키치는 직장동료(워킹맘)에게 질문한다. 아이를 기르면서 희생한다는 생각을 가진 적 있냐고. 이에 대해 그녀는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도 나의 삶의 일부이기 때문에 딱히 희생이라 생각한 적은 없다'고 말한다.


물론, 육아는 힘들다. 직접 경험해본 바는 없지만, 상상만으로도 내게는 버거운 활동이다. 하지만 그 이상의 행복과 기쁨도 있다고 육아 경험자들은 말한다. '자식 보는 낙에 산다' 는 말은 너무 많이 들어왔고, 자식을 낳는 것이 얼마나 중요하고 필요한지에 대한 '엄마의 잔소리'만으로도 나는 그것이 삶의 이유가 되기도 하겠구나,라고 느껴왔다.


결국, 자식을 낳고 기른다는 건 '가족을 형성'하는 것이다. 가족은, 입 밖으로 꺼내기가 무색할 정도로 중요한 삶의 요소다. 다이키치의 '서툰 아버지되기'를 보여주는 영화 <버니드롭>. '자식을 길러봐야 성장한다'는 말을 어디에선가 들은 바 있다. 다이키치의 삶이 그 예다. 일본 특유의 느린 감수성과 소소하게 배어있는 위트가 인상적인 이 영화. 원작만화는 또 얼마나 사랑스러울까? 린의 고사리 같은 손으로 만들어낸 주먹밥의 맛이 궁금하다. '사랑의 맛'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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