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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브루클린의 멋진 주말>

노부부의 아주 특별한 주말

화가 알렉스와 은퇴한 교사 루스는 부부다. 40년 간 지내왔던 그들의 공간은 팔리기를 앞두고 있다. 부동산 중개업자이자 루스의 조카인 릴리는 알렉스 부부의 집을 보다 훌륭하게 팔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그녀의 호흡에 맞추느라 알렉스와 루스도 정신없는 주말을 보낸다.


단, 이틀 동안 벌어지는 일을 그려냈음에도 불구하고 영화의 호흡은 가파르다. 노부부에게는 집을 방문하는 각양각색의 사람들을 맞는 일도, 적당한 집 처분가를 정하는 일도 힘겨운 여정이다. 집 앞 다리 위에서는 테러사건이 일어났고, 가족과 다름 아닌 강아지 '도로시'는 때마침 병원에 입원한다. 그야말로 다사다난한 사건들이 몰아닥친 알렉스와 루스의 '특별한 주말'은 잔잔했던 그들의 일상 위에 급작스럽게 일어난 테러와 다름 아니다.



그렇다. 갑작스럽게 벌어진 테러사건과 노쇠한 강아지, 이 두 소재는 배경과 캐릭터를 상징하는 아이콘이다. 늙고 병 든 강아지는 알렉스 부부이며, 테러사건은 '집 팔기 프로젝트' 그 자체다. 이 사건에 직면한 노부부는 분주한 주말 동안 생애 가장 값진 깨달음을 얻게 된다. 40년이라는 세월과 그 속에 담긴 갖가지 추억들이 담겨있는 집은, 보물창고에 다름 아니라는 것을…. 낡고, 그래서 값비싸지 않은 집이라 할지라도 그들 부부에게는 최고의 공간이라는 것을 '진정으로 확인'하게 되는 알렉스와 유스. 유스가 원하는 집을 발견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기존의 공간에 머무르는 것이 가장 현명하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더불어, 영리하고 젊은 이들의 조력이 아니더라도 노부부 스스로가 전자들보다 더 훌륭한 성과를 끌어냄으로써 감상자들로 하여금 '연륜의 미덕'도 인지하게 해준다.


결국, 노부부가 주말 간 깨달은 것들은 결국 감상자들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진다. 영화가 전달하고자 하는 궁극적인 메시지는 '사랑의 가치'다. 사실, 사랑은 언제든 누구든 강조해온 것이지만 그것을 항시 염두에 두지는 못하는 우리다. '현재진행중'이라 할지언정 진정으로 그것을 깨닫고 표현해왔는지에 대해 성찰하게 만들어 준 작품<브루클린의 멋진 주말>. 영화의 분위기나 메시지는 전형적인 할리우드 로맨스 장르색에서 크게 벗어나진 못했으나, 모건 프리먼과 다이안 키튼의 만남이 일궈낸 따스한 위로와 깨우침만으로도 이 영화는 충분한 감상의 이유를 지닌다고 감히 말하고 싶다. 이들 부부처럼 '멋있게 늙어가는 것'이 내 삶의 목표 중 하나이며, 영화를 보는 내내 (다소 슬프기도 했지만)행복해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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