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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덕 감독 영화 특징


● 원형성


김기덕 감독은 그의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가장 극단적인 것을 소재로 가지고 온다. 낮과 밤, 천사와 악마, 흑과 백, 창녀와 순수한 여대생, 선과 악 등을 가지고 온다. 가령, 이 부분을 가장 명확히 확인할 수 있는 영화가 <야생동물 보호구역>과 <비몽>이다.


영화<야생동물 보호구역>의 '청해'와 '홍산'은 각각 분단된 대한민국 안의 남한, 북한을 상징한다. 그 인물들은 대립되는 듯 보이지만 결국은 하나라는 것을 직접 체득해나간다. 김 감독이 본인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원형성)를 시각화하기 위해 그들을 하나의 주머니 포대 속에 집어넣어 물에 빠뜨리기도 하지만, 그러한 극단적인 묘사 외에도 청해와 홍산은 극단화의 아이콘들을 명확히 입고 있다. 결국 그들은, 서로의 피를 보면서까지 그들은 하나가 된다.


보다 극단적인 연출이 돋보이는 영화<비몽>은 원형성을 극명화한다. 극중 주인공인 '진'과 '란'은 각각 낮과 밤을 살아가는 인물이다. 서로가 돕지 않는 이상 결코 그들은 공존할 수 없다. 상생을 위해 그들은 하나가 되어야'만' 한다. 흑과 백의 옷을 입고, 자신들이 처한 상황을 이해하지 못 함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하나가 되어야만 한다.



그렇다면, 위 두 영화에서 우리는 원형성을 어떻게 읽어낼 것인가.


<야생동물 보호구역>의 청해와 홍산은 자석의 NS극을 상징할 만큼 '극도로 다른' 인물이지만 하나가 된다. <비몽>에서의 진과 란, 그들 역시 흑과 백, 밤과 낮을 상징하지만 '상생'을 위해 '하나'가 되어야 한다. 이렇듯 가장 극단적인 다름을 하나로 합하는 것이 김기덕 감독 작품의 특징들 중 하나다. 그가 각본을 썼던 <풍산개>에서도 남.북이 배경으로 등장하지 않는가!


가령, 영화<파란대문>에서는 몸을 파는(창녀) 여자 '진아'와 순수한 여대생 '혜미'가 대립 선상에 놓여있지만, 결국 인간의 가장 근원적인 욕망인 성(性)욕에 대해 자연스러워지면서 결국 서로를 이해하고 우정 및 자매애를 다지게 된다.



김 감독의 작품들 중 대중성이 짙은 영화<나쁜 남자>에서 역시, 포주와 순수한 여대생이 부부라는 제도 하에 하나가 된다. 김기덕 감독의 영화들에서는 선악의 구분이 없다. 사회적 통념상 선(善)하다고 판단되는 '순수, 비폭력 등'과 악(惡)하다고 판단되는 '성매매, 폭력, 절도 등'은 김 감독의 작품들에서는 한 사람에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선한 캐릭터의 인물들도 어느 순간 악행을 저지르고 있으며, 악한 캐릭터들도 선행을 하는 순간을 '자연스럽게' 발견하게 된다.


이렇듯, 우리의 삶은 '원형성'을 띠고 있다. 100%선인도, 100%악인도 없으며, 완전한 밤은 있을 수 없다. 낮이 있기 때문에 밤 역시 인식될 수 있는 것이다. 흔히들 말하는 '행복'이나 '기쁨'을 느끼기 위해서는 '우울'과 '슬픔'이 있어야 한다는 것처럼, 우리의 원형적인 삶을 김 감독은 작품 속에서 끊임없이 표현해내고 있는 것이다.


에리히 프롬의 <사랑의 기술>에서도 이와 비슷한 맥락의 글을 발견할 수 있다. 밤과 낮에서부터 남성과 여성 자체도 대립 구도를 확인할 수 있으나, 서로가 존재해야 원활한 활동이 이뤄질 수 있다는 글귀를 확인할 수 있다. 밤과 낮 등 대립되는 것들을 '전복'하는 것이 김 감독의 영화에서 끊임없이 등장하는 메시지이며, 결국은 '동일'하다는 것. '너와 나는 다를 것이 없다'는 것이 김 감독이 궁극적으로 말하고자 하는 점이다.




● 구원자의 사랑


김기덕 감독의 작품들을 일렬로 놓아보면, 공통된 주제는 앞서 언급한 원형성 외에도 '사랑'이 존재한다. 비록, 사회적으로 하층에 속하는 인물이라 할지라도 선인이 될 수 있으며, 그들에게도 인간으로서 근본적으로 내재된 '사랑'을 발견할 수 있다. 데뷔작인 <악어>에서의 용패, <나쁜 남자>의 한기와 똘마니들, 그리고 최근 작품인 <피에타>에서의 강도에 이르기까지 일명 '나쁜 놈'들을 설정해둔다. 하지만 그들은 어느새 '선한 사람'으로 변해 있는데, 그 역할을 하는 구원자가 존재한다. <악어>에서는 '현정'이 그 역할을 하고, <나쁜 남자>에서는 '선화'가 그 역할을 한다. <나쁜 남자>에서의 선화가 구원자의 역할을 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조금은 이해가 안 될 수도 있지만, 선화는 한기의 '사랑의 대상'이라는 점에서부터 구원자다. '순수한 사랑'을 할 수 있게 만들어 준 장본인이라는 데에서 선화는 한기의 구원자가 된다. <피에타>에서는 강도의 엄마인 '미선'이 그 역할을 한다(물론, 반전이 있기는 하지만).




● 이니시에이션 모티프 - 죽음


앞서 언급한 구원자에 의해 선인이 되는 '과정'을 김 감독은 끊임없이 등장시키는데, 여기에 있어서 그가 등장시키는 배경 중에는 '죽음'이 포함되어 있다. 영화<섬>, <악어>, <피에타>, <비몽> 등에서 확인되는 주인공들은 '죽음'으로 인해 새로운 세계로 향한다. 하지만 그들의 죽음은 '새 삶'을 상징한다. 죽음이라는 초월적인 세계로 편입되면서 주인공들은 다시 완전히 순수한 상태로 회귀한다. 그것을 표현해주는 아이콘은 '물'이다. 유독, 바다나 강을 배경으로 자주 사용하는 김 감독에게 있어 '물'은 '생명'과도 같다.


김기덕 감독의 작품들 속에서 물이 상징하는 것은 '자궁'이다. 모든 것을 포용하는 어머니의 사랑처럼 그렇게 물은 김 감독의 영화에서 등장하는 악행들을 씻어준다. 그런 후, 새로운 삶을 위한 '안락한 장소'를 제공한다. <악어>에서 용패가 자살을 하는 곳, <비몽>에서도 다르지 않다. <봄여름가을겨울 그리고 봄>에서 역시 노승은 물 위에 부유하는 배 위에서 자신의 생을 마감한다.





● 영상의 화편화


한편, 미적 감각이 뛰어난 김기덕 감독은 움직이는 영상인 영화를 보는 중간에도 마치 한 폭의 '그림'을 보는 듯한 착각이 들 만큼 '아름다운 신'들을 곧잘 구사해낸다.

그의 작품들 속에서는 프리즈된 화면을 곧잘 발견할 수 있는데, 그 장면은 김 감독이 큰 의미를 부여하는 부분임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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