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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습관의 경제학>


인간은 '생각하는 동물'이다. 생각하는 동시에 '본능'적인 면도 갖춘 것이 인간이다. 이 양면성 때문에, 우리는 '갈등'한다. 우리는, 수많은 '단련된 이성' 때문에, '올바른 의식'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그 의식이 행동으로 직결되지 않는 것이, 인간의 '문제'다. 따라서 인간은 이성적이지 않을 때가 많다. 책 <습관의 경제학>은, 인간의 이 문제를 지적하면서 우리들의 행동 변화를 촉구한다.


인정하고 싶지 않겠지만, 이 책이 기저에 깔아둔 이론은 '인간은 이성적이지 않다'이다. 인간의 뇌는, 분명히 발전해왔지만 아직도 부주의와 타성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우리가 발휘할 수 있는 '뇌의 활동(주의력)'은 고작 50비트 밖에 되지 않는다. 이런 뇌의 한계성 때문에, 내면이 지향하는 바(의식)와 외면으로 나타나는 행동 사이에는 지속적으로 '틈'이 생긴다. 천성적으로 인간의 뇌는 부주의와 게으른 습성을 타고났으며, 따라서 인간은 지나치게 현재를 중시하고 미래를 경시한다. 따라서 의도와 행동의 차이가 자연스럽게 발생한다. 우리가 계획을 세울 때는 꽤나 이성적이지만, 당장 눈 앞에 무언가가 닥쳤을 땐 미실행을 반복한다. 막상 계획해야 할 것이 당장의 즐거움을 앗아간다면, 우리는 미실행을 택한다. 계획과 미실행의 악순환이 '솔직한 인간의 모습'이다. 우리는 새해가 되면, 체중조절을 결심하고 다양한 다이어트 프로그램과 트레드밀 구입 등을 하지만 정작 운동에 몰입하지 않는다. 트레드밀은 결국 옷걸이가 될 뿐이다. 비용과 노력이 선 발생하고 보상이 후에 따를 때면, 우리는 '본능적'으로 그것들을 미룬다.


우리가 그토록 중시하는 '건강'적인 면을 따지고 봤을 때도, 인간은 '미련함'을 따른다. 습관 설계의 관점에서 보면, 환자들이 약을 복용하지 않는 이유는 의도적이나 고의적이 아니라 태만과 과실 때문이라고 한다. 우리는 자연스럽게 당장의 안락과 즐거움에 몸을 맡긴다. 따라서 우리는 인간 본연의 '습관(성)'을 파악해야만 한다. 습관을 잘 파악한 후, 환경을 변화시키는 것이 계획을 행동화하는 데 직접적인 힘이 될 수 있다. 책은 이 점을 지적한다. 따라서, <습관의 경제학>에서 만나볼 수 있는 것들은 '인간의 습성'에 관한 것들이다.


이 책의 궁극적인 목표는, 독자들이 인간의 행동(습관)을 이해하고 더 나은 행동을 이끌어 내는 데 활용할 수 있는 실용적인 도구와 원칙들을 제공하는 데 있다. 습관 설계 디자이너들이 지켜야 할 것들, 주의해야 할 것들이 기록돼 있다. 이것들을 뒷받침하기 위해, 저자가 선택한 것은 건강관리 분야에서의 사례들이다. 또한, 아직도 멀고 먼 과거에 머물러 있는 뇌를 설명하기 위해 과거의 실험들도 끌어온다.


책에서 소개된 인간의 습성은, 인간심리학에 관심을 뒀던 독자들이라면 몇 차례 들어왔을 법한 것들이 많다. 굳이 관심을 두지 않았던 독자들이라도, 직접 경험한 바에 의해 '고개 끄덕일 만한' 이론들도 많이 만나볼 수 있을 것이다. 가령 이런 것들이다. '사람들은 이득보다 손실을 더 크게 평가한다는 것. 즉, 이득을 얻기 위해서보다는 손실을 피하고자 노력하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인간은 자기가 조금만 더 다르게 행동해도 다른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할 때 더 많은 손실 회피 성향을 보인다. 그중에서도 가장 흥미로운 부분이 후회다. 후회란 조금만 더 노력했더라면, 조금만 달리 했더라면 결과가 달라질 수도, 즉 손실을 피할 수도 있었다는 믿음이다' 등이 그것이다.


이런 습성들 때문에 우리는 삶을 '설계(디자인)'해야만 한다. 책에는 이 습관 설계 디자인에 대해 크게 7가지 방안을 제시한다. 간단한 예로, 음식을 두고 사람들이 하는 선택은 계획적이 아니라 대부분 자동적(습관적)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주위 환경을 변화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책에서 제시된 '자발적 잠금 전략'의 '사전 조치 실행'에 해당된다. 음식이 있으면 먹게 될 것이라는 습성을 아는 사람은, 다이어트를 위해 음식 자체를 가까이에 두지 않는 것이 상책이다.


책에는 이를 포함한 다양한 사례들과 그에 대한 해결책들이 제시된다. 우리는, 의도와 행동의 차이 때문에 괴로워한다. 왜 나의 행동은 의식과는 다른 방향으로 향할까? 자문도 많이 했을 거고, 타인의 그것을 비난하기도 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것들은 '인간이기 때문에' 벌어지는 '자연스러운' 과정이다. 스스로를 엄격하게 제어하지 않는 이상, 인간의 행동은 본능에 이끌릴 수밖에 없다.


'왜 우리는 멋지고 좋은 일을 하겠다고 열심히 계획을 세우고 새해 결심을 다지면서 운동기구를 구입하고 체중조절 프로그램을 시작하다가 포기하고 매번 제자리로 돌아오고 마는 것일까? 이 모든 것이 자기기만 행위 아닌가? 현재보다 더 나아지는 데 별 관심이 없다고 솔직하게 밝히고 차라리 돈을 절약하는 게 좋지 않을까?'


이런 고민에서 우리는 해방되어야 한다. 인정할 건 인정하자. 우리는 생각만큼 이성적이지 않다. 따라서, 이성적이지 않은 우리가 더 나은 행동과 결과를 얻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지를 고민해야만 한다. <습관의 경제학>이 제시한 흥미롭고도 직설적인 해결책들을 통해, 조금은 더 나은 사람이 되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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