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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녹차의 맛>

그 독특한 세계에 빠져보자. :D


독특한 일본영화를 찾고 있다면 <녹차의 맛>을 추천한다. 이 영화 속 캐릭터들은 '정말 특이'하다. 물론, 개중에는 덜 독특한 캐릭터도 있다. 따라서, 더 정확히 표현하자면 '괴짜 가족'이 살아숨쉬는 영화다.


가족들은 제각기 엉뚱한 고민거리를 안고 살아간다. 하지메는, 짝사랑하던 소녀가 전학을 가서 울적한 기분에 사로잡혀 있다. 그러다, 전학 온 소녀에게 또 다시 사랑에 빠진다. 그녀의 사랑을 차지하기 위해 노력하는 소심하고도 과감한 노력이 돋보인다. 그의 동생 사치코는, 자신의 커다란 자아가 그녀를 따라다녀서 고민이다. 불현듯 떠오르는 분리된 커다란 자아를 없애고자 고군분투를 벌이는 귀여운 소녀다. 이들의 엄마는 애니메이터로, 밤낮 없이 주방에 앉아 그림을 그린다. 최면술사 아빠는, 가족을 상대로 이따금씩 최면걸기를 한다. 외삼촌은 첫사랑의 기억을 지우고자 고향에 내려와 살고 있다. 마임하는 예술가 할아버지 역시, 범상치 않은 외모를 자랑하며 몸짓과 노래로 자신과 가족의 흥을 돋운다.



어쩜, 이 가족! 하나같이 독특하다. 상대적으로 덜 독특한 하지메에게도 감독은 '독특함'을 부여한다. 기차를 타고 떠나간 짝사랑 소녀를 보며 우울해하는 그의 이마에, 감독은 기차를 관통시킨다. 그렇게 뻥 뚫려버린 공허함 처럼, 하지메 가족은 제각기 해결해나가야 할 고민들이 있다. 그리고 그들은 부지런히, 그리고 묵묵하게 자신들만의 문제를 해결해나간다.



<녹차의 맛>은 스토리상으로는 크게 특별한 게 없다. 하지만, 이 영화가 '훈훈'하고 '기억에 남는' 이유는 '개성 넘치는 캐릭터'에 있다. 개성들이 강하지만 착한 마음을 지닌 하지메 가족은, 개인의 고민들로 가족 구성원들에게 부담을 끼치지 않는다. 늘 모여 앉아 함께 식사하고, 서로를 챙길 뿐이다. '따로 또 같이'. 하지메 가족이 살아가는 방식이다.


영화의 훈훈함은 전개될수록 강해진다. 따라서, 끝에 이르러서는 훈훈함의 정점을 느낄 수 있다. 할아버지가 남기곤 간 선물은, 오래 묵혀뒀던 마법의 상자 같다. 베일에 싸여있던 할아버지 방이 공개되는 순간, 관객들은 '기적'을 경험한 듯한 느낌에 휩싸일 것이다. 쭉 전개됐던 괴짜스러움은 사라지고, 감동만이 남는다. 결국 감독이 처음부터 의도했던 건, '감동'! 이것일거라 생각한다. 녹차의 맛은, 평이하고도 쌉싸름하다. 하지만 그것이 지닌 효능은 뛰어날 정도로 감동이다.


독특하고도 감동적인 영화 <녹차의 맛>. 일본 특유의 느린 감수성과 매니악적인 요소도 갖추고 있는 작품이다. 그런 면에서 '의미 있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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