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닐리오의 예쁜 마음이 고스란히♡
작가, 꼬닐리오의 예쁜 마음이 고스란히 배어있는 그림책 <그래도 너를 사랑한단다>. 제목에서부터 애잔함과 사랑이 느껴졌던 책이다. 나는 이 책을 여행길에 읽었다. 여행 땐, 머리를 무겁게 만드는 책보다는 감성이 말랑말랑하게 만드는 책 한 권을 들고다니는 편이다. <그래도 너를 사랑한단다>! 나의 선택이 탁월했다. 이 책은, 얼어붙었던 감성을 녹여주기에 충분했고, 과거로의 시간여행 기회까지 선사해준 고마운 작품이었다.
책의 주인공은, 토실토실 살이 오른 가분수 소녀와 그녀와 늘 붙어다니는 단짝 친구 토끼다. 둘의 사랑스러운 관계는 단순한 우정, 그 이상이다. 토끼는 소녀가 힘들 땐 곁에 있어주고 안아준다. 소녀가 즐거울 땐 함께 기뻐한다. 둘은 함께 여행하고, 함께 애꿎은 장난도 친다. 꿈 속에서까지 함께 여행하는 이들의 관계는 천생연분과 다름 없다.
이 책이 특히 좋았던 건, 어린 시절의 나를 만날 수 있게 도와줬다는 점이다. 작가가 그려냈던 것처럼, 필자 역시 콩을 좋아하지 않았다. 지금도 콩만 먹는 건 별로다. 엄마가 콩밥을 할 때면, 콩을 먹지 않기 위해 나름의 고군분투를 했었다. 그 상황을 사랑스럽게 그려낸 작가 덕에, 나는 한참을 미소지었다. '아, 나도 저랬었지.' 덕분에 나는, 여섯 살 때 무렵의 한 때로 돌아갔었다.
그림책이니만큼, 그림 얘기를 안 할 수 없겠다. 연필 스케치 특유의 아날로그적 감성이 인상적인데, 작가는 스케치만 잘 하는 게 아니었다! 색채도 '여성여성' '몽환몽환'적이다. 특히, '꿈(상상)'과 '계절'을 표현한 작품에서 색들이 많이 쓰여졌는데, 강조하고 싶은 부분만 색을 입혀 주제의식을 강조한다. 색들은 '환상', 그 자체다. 과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진짜 상상 속 어느 한 시점에 머무르는 듯한 착각을 들게 만드는 색채 사용이 인상적이다. 특히, 계절을 표현한 데에선 '여름'이 인상적이었는데, 흔히들 여름의 색을 떠올리면 초록빛으로 표현하는 경우가 많은데, 작가는 보랏빛을 잘 활용해낸다. '보랏빛 향기란 이런 거구나.' 새로운 감상에 빠지게 해준 작가에게 감사를 표한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꼬닐리오 작가전'에서 작품들을 둘러보는 듯한 느낌이었다. 작가성이 뚜렷한 작품들이 이어져있어서, 마치 전시회에 방문한 듯한 느낌이었다. '꼬닐리오, 그녀의 마음은 얼마나 예쁠까?' 이런 생각이 들 정도로 작품들이 지닌 온도는 따뜻하다. 나는 그 온기를 고스란히 전해받았다. 가슴이 벅찼고, 내 마음도 조금은 착해진 기분이었다. '몰랑몰랑' '말랑말랑' '따듯따듯'…. 이런 단어들과 어울리는 책 <그래도 너를 사랑한단다>. 차가워진 계절에, 마음을 다독여줄 책을 찾고 있었다면 적극 추천하는 책이다. 책장을 넘길 때 '조심스럽게' 다뤘던 내 모습을 회상하니, 웃음이 나온다. 그만큼 애정하는 책이 생겨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