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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블 영화 <닥터 스트레인지>

[스포 있습니다] 이 영화가 던지는 인문학적 사고


사실 필자는, 마블 영화의 팬은 아니다. 그럼에도 마블 영화를 극장에서 관람하는 건 피할 수 없다. 이상하게 그렇게 된다. 자연스럽게 친구와 극장을 찾으면 가장 대중적이며 인기 높은 마블 영화를 관람하는 경우가 많았고, 그들 영화는 대형 스크린에서 관람하지 않으면 의미가 반감되기 때문에 '이왕 볼거라면 극장에서' 관람할 수밖에 없다. 그러니, 마블 영화는 즐겨야만 한다. 조건은 '마음을 비우고'다.


<닥터 스트레인지>는 두 번 감상했다. IMAX와 3D 두 포맷으로. 물론 IMAX 3D 관람이었다면 최적이었겠지만, 상황이 따라주지 않아, 각각의 포맷으로 감상했다. 역시나 마블 영화는 상상력을 현실화해내는 역량이 뛰어나다. 그들의 영화는, '마치 내가 주인공이 된 듯한' 체감화 지수가 높다. 관객은, 체감력을 강화하기 위해 진화된 포맷으로 감상하는 것이 좋다. 따라서 IMAX 3D 포맷 관람을 추천한다.



필자가 이 영화를 두고 하고 싶은 화두는 '인문학'적인 면모다. 마블 영화들을 주 관람 포인트는 물론 시청각 등의 화려함, 즉 기술력에 의한 체감에 있다. 관객은 캐릭터들의 강력한 초능력을 자신의 몸에 입힌 후, 스스로를 캐릭터화한다. 관객이 극장 안으로 들어가는 것은, 스크린 속으로 들어가겠다는 의지와 동일하다. 두 시간 동안 관객은 초능력자가 된다. 그로 인해 '에너지'를 부여받는다. 이것이 마블 영화들이 지닌 힘이다. 관객들에게 화려한 볼거리를 제공하는 동시에 에너지를 선사한다. 이것만으로도 마블 영화는 관람 가치가 충분하다. 하지만 그 속에 '삶의 가르침'이 존재한다. 극장 밖을 빠져나가도 우리가 염두에 두며 살아야 할 내적 가치를 겸비하고 있다. 이것이 마블 영화가 지닌 또다른 매력이다.


<닥터 스트레인지>는 필자가 언급한 두 번째 매력이, 여느 작품들보다 충분했던 작품이다. 주인공, 닥터 스트레인지(스티븐 빈센트 스테리인지)는 여느 캐릭터들보다 '인간적'인 인물이다. 여기에서 말하는 인간적이라는 의미에는 휴머니즘, 그러니까 마냥 따듯한 인간상만이 포함되지 않는다. 인간의 다양한 본능을 고스란히 안고 있다는 의미다. 그는 잘나가던 의사였다. 천재라고 불리는 그는, 안하무인에 기세등등함을 지닌, 그야말로 '자기 잘난 맛'에 사는 인물이었다. 그는 자신밖에 몰랐다. 자신이 최고였고, 자신 외의 다른 것에는 온정을 베푸는 데 서툴렀다. 그랬던 그가 치명적인 사고를 겪는다. 그로 인해 그는 불구의 타이틀을 얻는다. 인생 최대의 위기에 빠진 스트레인지의 삶에서는 '닥터'라는 당연한 수식어도 지워진다. 그는 이 절체절명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자신을 되찾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 <닥터 스트레인지>는 이 과정에 입문한 인간적인 영웅의 모습을 담아낸다. 자신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과정을 통해 그는 '삶의 가치'를 배운다. <닥터 스트레인지>에서 강조된 소재는 '인간의 유한성'이다. '인간은 언젠가 죽는다'라는 명백한 진리를 두고 펼치는 캐릭터들의 대결. 영화는 이 대결 주제에 인간적 영웅을 세워두고 관객들에게 물음한다. 죽음은 인간이 가장 두려워하는 대상이지만, 누구나 겪어야만 하는 것이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죽음은 삶의 가치를 드높여준다. '죽음이 있기에 삶이 가치있다'는 식의 사고는 수많은 명인들이 강조해왔다. 스티븐 잡스는 '죽음은 삶이 만든 최고의 발명품'이라고 말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카르페 디엠'은 '메멘토 모리'와 이어진다. 떼려야 뗄 수 없는 동전의 양면성 같은 것이다. 죽음이 없다면, 현재에 최선을 다할 이유도 없다. 삶이 끝없이 이어진다면, 현재의 시간은 내일도, 몇 년 후에도 같은 모습으로 연장 가능하다. 죽음이라는 삶의 끝이 있기에, 우리는 '더 잘' 나이들어가기 위해 노력한다.


오히려 영화 속 초능력 집단은, 죽음(시간)을 초월하려는 자들일 것이다. 그들은 인간의 숙명을 초월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하지만 우리가 경외하는 영화 속 영웅들은 '인간의 숙명을 거스르지 않는', 즉 '인간적인' 인물들이다.


필자는, 영화 관람 시 '작품들이 하고자 하는 메시지'에 집중하는 편이다. 따라서, 상대적으로 즐길거리들이 많은 마블 영화들에 대해 높은 점수를 주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닥터 스트레인지>는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필자가 관심을 깊게 두고 있는 '죽음(인간의 유한성)'에 대해 사고하게 만들어준 작품이기 때문이다. 닥터 스트레인지는 인간적인 영웅이기 때문에 허점들을 내비친다. 완벽을 추구했던 상남자가 허당기를 발휘하는 모습은 영화에 사랑스러움을 부여한다. 압도적인 비주얼과 함께 내면을 두드리는 인문학 요소까지 겸비한 <닥터 스트레인지>는 좋은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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