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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 시린 멜로영화
<글루미 선데이>

특유의 음울함에 젖어보자



영화 <글루미 선데이>가 오는 11월 3일 재개봉한다. 16년만에 재개봉하는 이 영화는, 제목 만큼이나 음울한 분위기를 안고 있다. 영화 속 배경은 나치에 점령당한 부다페스트다. 영화는, 부다페스트의 레스토랑을 찾은 한 남자의 플래시백으로 전개된다. 회상들로 들어가기 전, 남자는 피아노 연주를 요청한다. 음악이 연주되면서남자는 쓰러지고, 카메라는 한 여자의 흑백사진을 줌인한다. 그리고 지배인의 외침이 들린다. "글루미 선데이! 이건 저주의 노래야!"


그렇다. 영화는, 음악(노래)에 서린 저주를 이야기한다. 영화에는 한 여자와 그를 사랑하는 남자들이 등장한다.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남자 자보와 그의 연인 일로나. 그들은 레스토랑의 분위기를 드높여줄 피아니스트, 안드라스를 고용한다. 일로나에겐 반하지 않는 남자가 없다(여자가 봐도 매혹당할 만하다). 레스토랑을 찾은 독일군 한스 역시 그녀에게 반한다.



매혹적인 일로나를 양보할 수 없는 자보와 안드라스는 그녀의 공동 사랑을 받아들인다. 일로나 역시 두 사람 모두를 사랑하는 입장이다. 이들 세 명의 줄다리기사랑은 그렇게 시작된다. 이 불안하고도 위태로운 사랑은, 당시 시대상황과 연결된다. 불안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는 당대 시민들은 우울로 점철된 삶을 살았을 게 분명하다. 이 우울한 분위기는, 영화의 전반을 메우는 '글루미 선데이'라는 곡이 장악한다. 영화에서도 등장하듯이, 이 곡은 실제로도 수많은 사람들을 자살로 잇게 만들어 화제가 됐다고 한다.


'자살의 노래'라 불리던 '글루미 선데이'는, 방송 금지 판정까지 받은 섬뜩한 곡이다. 잊을 수 없을 만큼 독특하고도 음울한 선율은 많은 이들의 정서에 깊숙이 박혀있을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수많은 예술가들이 이 음악을 활용했을 정도로 영감을 자극하는 곡이다.



곡을 만든 사람도, 곡 위를 목소리로 메운 사람도, 곡을 들은 사람들도 '글루미'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이 영화가 더욱 우울한 이유는, 사랑마저 아프게 그려졌다는 점에 있다. 시대적 상황도, 사랑도, 결말도 먹먹한 영화 <글루미 선데이>. 음울함의 정서롤 꽉 채워진 이 영화 특유의 분위기는 싸늘한 늦가을과 곧잘 어울린다. 계절감까지 탁월한 시기에 재개봉하는 <글루미 선데이>. 시네필이라면, 특유의 음울한 감성에 푹 젖어보길 바란다.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의 <몽상가들, 2003>을 좋아하는 관객이라면, 이 영화도 좋아할 성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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