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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커피와 담배>

위험하지만 중독될 수 없는 것들



짐 자무쉬 감독의 위트는 항상 옳다. 그의 위트가 특출난 이유는, 관객들의 공감대를 자극하기 때문이다. 감독은, 영화 속에서나 존재할 법한 캐릭터가 아닌, 마치 내 모습을 반영한 듯한,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곧잘 해낸다. <커피와 담배>에서도 그 특기를 발견할 수 있다.


<커피와 담배>는 커피와 담배에 얽힌 11개의  단편들을 모아놓은 작품이다. 시끄럽고 허름한 카페, 조용한 호텔 라운지 카페, 휴식 차 찾을 수 있는 동네 카페 등 다양한 카페에서 커피와 담배가 놓인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벌어지는 다양한 이야기들. 다양한 이야기들이 존재하기에, 그중 관객의 생각 혹은 일상과 비슷한 에피소드를 만날 때면 반가운 마음으로 공감하며 감상할 수 있을 영화다.




이 영화는 커피와 담배를 찬양하는 작품은 아니다. 커피와 담배가 신체·정신에 끼치는 악영향에 대해서는 인정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커피와 담배는 타인과의 관계를 잇는 매개체 중 하나일 수 있는데, <커피와 담배>는 이 부분을 강조한다.



<커피와 담배>에서는 밥보다 커피와 담배가 우선시된다. 누군가는 식사 시간에 커피와 담배를 찾기도 한다. 하지만 누군가와 대화하는 시간 동안 커피를 들이켜고 담배를 피우면서 그 분위기는 보다 화기애애해진다. 커피와 담배는 신체에 이롭지는 않겠지만, 정신을 드높여주는 존재들이다.


필자가 느낀 <커피와 담배>의 가장 큰 흥미 요소는 스토리텔링에 있다. 늘 그래왔듯 짐 자무쉬 감독의 영화들에는 '아이러니'가 존재한다. 가령, 담배를 끊은 사람이 '한 번쯤은 괜찮다'면서 타인이 없는 공간에서 습관처럼 담배를 피워대거나, 상대의 유명세에 따라 대하는 자세가 달라지는 등 관계에 대한 아이러니한 자세들이 위트있게 그려진 점에서 이 영화는 필자를 감동시켰다.


짐 자무쉬 감독 영화들의 팬이라면, 이 영화 만큼은 놓치지 않길 바란다. 필자 역시 담배는 안 피지만, 커피는 즐긴다. 커피는 타인과의 관계를 돈독하게 해주는 매개체다. 타인과의 만남 장소가 카페인 경우가 많은 필자는, 이 영화가 마치 나의 일상을 비추는 듯한 느낌을 줘서 좋았다. 커피와 담배의 궁합을 아는 관객들이라면, 이 영화에 더욱 깊이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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