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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생활의 발견>

'괴물이 되지는 말자'고 말하던 그의 괴물성



<생활의 발견>은, 홍상수 감독의 작가성이 고스란히 반영된 제목의 영화다. 일상의 소재를 빌어와 그 속에서 깨달음의 메시지를 전하는 감독, 홍상수. 늘 그렇듯 그의 영화에서는 소재와 주제들이 '반복'된다.


이 영화에서도 주인공은 비슷한 상황을 반복 경험한다. 배우 '경수'는 일이 잘 풀리지 않자, 글을 쓰는 선배 '성우'를 만나러 춘천으로 향한다. 거기에서 경수에게 호감을 표한 무용수 '명숙'과 잠자리를 갖는다. 하지만 그녀는 선배와 썸씽이 있는 사이다. "우리, 사람은 되기 힘들어도 괴물은 되지맙시다"라고 말하던 경수는 자신이 괴물화된 셈이다. 그렇게 찝찝한 춘천에서의 추억을 안은 채, 경수는 경주행 기차에 오른다. 경수의 옆자리에 앉은 '선영'에게 반한 경수는 그녀에게 대뜸 마음에 든다고 고백한다. 하지만 선영은 이미 결혼한 상태다. 물론, 경수는 그 사실을 몰랐고, 잠자리를 가진 후에야 알게 된다.


사실, 선영과 경수는 이전에 만난 적이 있다. 하지만 경수는 기억이 나질 않는다. 그때는 선영에게 큰 관심이 없었던 경수가 지금은 되레 선영에게 푹 빠져버리고 만다. 집착으로 보일 정도로 경수는 선영을 놓지 못하고 그녀 주변을 맴돈다.


두 여자와의 만남을 경험한 경수는, 두 상황 모두에서 '괴물(=나쁜 놈)'이 된다. 선배의 여인, 유부녀와 하룻밤을 보내는 경수는 과연 그가 말한 '괴물은 되지 말자'에 걸맞은 행동을 한 것일까? 경수가 적은 글에서 '진짜' 감과 '글자' 감은 같지 않다는 표현이 인상적이다. 이는, 경수 자신의 모습을 반영한다. 경수는 자신이 듣고 뱉은 말과 다른 행동을 하는 표리부동한 인물이다.



홍상수 감독의 영화들에서는 '지식인들의 부도덕적인 뒷면'이 자주 그려진다. 영화감독, 교수들은 바람 피우기 일쑤다. 술과 여자는 홍상수 감독 영화들 속 남성 캐릭터들에서 분리될 수 없는 것들이다(물론, 여성 캐릭터들도 남자와 술에서 자유롭지 않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우리가 감독과 교수들 같은 지식인들은 부도덕한 행동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하는 것 자체가 '문제'일 수 있다는 거다. '보이는 게 다가 아니다'는 홍상수 감독이 자신의 영화들을 통해 꾸준히 그려왔던 메시지다. 경수가 읽었던 <스콧니어링 자서전>에서는, 도덕적인 삶을 위한 생활습관들이 소개된다. 이렇게 바른 생활을 위한 책을 읽고, '괴물은 되지 말자'고 말하는 이들의 실상을 통해, 지식인들의 이상과 현실의 간극을 충분히 확인할 수 있다.


감독의 영화들을 모아보면 재미있다. 일련의 시리즈물 같은 그의 영화들은, 인생이라는 장편영화 속 단편영화들 같다. 따라서, 그의 영화에 중독된 감상자들은 예상 가능한 이야기가 펼쳐질 거라는 걸 예상하지만 신작이 나올 때마다 극장으로 향한다. 한 번 빠지면 헤어나올 수 없는 홍상수 감독만의 작가성. 이미 빠진 분들이라면 필자의 글에 공감할거라 믿는다. 일상에서 발견할 수 있는, 이미 우리가 행하고 있는 아이러니를 직시시켜주는 홍상수 감독의 영화는, 감상자들로 하여금 성찰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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