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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양치기들>

거짓말과 묵과의 폐해


영화 <양치기들>은, 거짓말과 묵과가 불러일으킨 참담한 결과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주인공 '완주'는 현대판 양치기소년의 모습을 띤다. 거짓은 거짓을 양산할 수밖에 없다. 거짓이 들통날까봐 다른 거짓을 안을 수밖에 없다. 거짓은 욕망의 폐단을 보여주는 하나의 상징이다. 안타까운 것은, 이 거짓의 주변에는 거짓이 도사리고 있다는 점이다.


배우였지만, 현재는 일거리가 없는 완주는 자신의 재능을 살려(?) 역할대행업을 통해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엄마의 병원비 마련을 위해 무슨 일이든 해야만 하는 상황에 놓인 그는, 약점(돈)에 현혹돼 '위험한 역할'을 하게 된다. 직업 때문에 시작된 거짓말은 패가 커진다. 종잡을 수 없는 '살인 사건'에 휘말리게 된 완주. 그는 무사할 수 있을까?


거짓말이 시발점이 된 사건 때문에 완주는 결국 '진실을 좇는 자'가 된다. 완주가 처한 상황까지는 아니지만, 우리 역시 삶에 있어 한번쯤은 이같은 상황과 마주한 적이 있을 것이다. 사실, 거짓말이 모두 나쁜 것만은 아니다. 선의의 거짓말이라는 것도 있다. 하지만 이 선의의 거짓말 역시, 예기치 못한 나쁜 결과의 시발점일 경우도 있다. 어찌됐든 우리는 선·악, 수·피동을불문하고 거짓과 마주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래서, <양치기들>을 공감대를 갖춘 작품으로 볼 수 있다. 또한, 시선을 완주라는 한 캐릭터데 집중시킴으로써, 감정 몰입도를 드높인다.


범인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거짓'말' 뿐만 아니라, 묵과의 폐해까지 발견할 수 있다. 영화는 거짓말 뿐만 아니라, 잘못을 알고도 '굳이' 말하지 않는 것, 사실을 은폐하는 것 역시 나쁜 상황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것을 확인시켜준다. <양치기들>에서 더 주목받는 것은, 묵과인 듯하다. 자신의 편의나 위기 모면을 위한 침묵 혹은 묵과가 불러일으키는 위함한 사건들을 통해, 이 영화는 감상자들을 '반성'하게 만든다. 어쩌면 우리 모두는 '양치기들 중 한 명'이 아닐까? 이같은 현실적인 영화들을 보며, 캐릭터들을 온전히 욕할 수 없는 이유는, 우리 역시 영화 속 그들과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가 어떠한 언행을 할 때, 우리는 대부분 '나의 입장'에서 행하게 마련이다. 타인의 입장과 상황은 고려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나의 배려가 타인에겐 부담으로 느껴질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이렇듯 <양치기들>은, 충격적인 장면은 없지만 가슴과 뒤통수에 충격적인 일침을 가하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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