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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로스트 인 더스트>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 위로 엔딩 크레딧이 인상적이었다. 적막한 분위기 가운데 흔들리는 갈대를 오랫동안 비춘 롱테이크 신은, <로스트 인 더스트> 전체를 상징화한다. 무언가 큰 사건이 주인공들을 휩쓸고 지나갔지만, 남은 것은 체념과 달관, 그리고 먹먹함이다.


영화의 시작 신은, 은행 강도 현장이다. 출근 직원을 기다렸다가 덮치는 두 남자는 낱장 현금만을 요구한다. 복면을 썼지만 카우보이 복장을 한 남자들의 모습에서부터 '웨스턴' 느낌이 물씬 풍긴다. 두 남자는 형제다. 그리고 전문 은행털이범이 아니다. 은행 직원들에게 '고맙다'는 표현을 하는 등, 서툴고 어리바리한 느낌 일색이다. 어찌됐든 이 영화 속 주인공은 이들, 형제 은행털이범임을 알 수 있다. 은행털이범을 잡기 위해 노력하는 형사도 당연히 등장한다. 오랜 경험을 통해 은행털이범의 행보를 파악한 베테랑 형사 '해밀턴'이 형제를 쫓는다.



은행털이를 위한 계획을 세운 인물은 동생 '토비'다. 이혼한 그는, 양육비 충당을 위해 위험한 계획을 세운 것이다. 유일한 재산이자 어머니의 유산인 농장의 소유권이 차압 위기를 모면하기 위함이다. 일생에 죄 한 번 없이 살아왔던 그와 달리, 형 '태너'는 전과가 있다. 동생에 비해서는 '상대적인 전문가'인 셈이다. 이성적이며 차분한 토비와 도전적이며 성미 급한 태너는 형제라 믿기지 않을 만큼 '다른 성향'을 갖고 있다. 형제는, 이 프로젝트를 위해 오랜만에 뭉친 것이다. 불안하고 위태로운 상항은 어떻게 전개될까? 우리는 이 영화를 통해 형제의 범죄상황을 지켜보게 된다.


범죄 수사극이기는 하지만, <로스트 인 더스트>는 범죄의 '원인'에 핵심을 둔다. 앞서 말했지만, 형제가 '왜' 은행털이를 시작했는지에 이유 때문에 영화의 감동은 배가된다. 단순한 이유는 '돈 때문'이지만, 이 돈의 배경에는 사회적 배경과 가족의 사랑이라는 인간적인 문제가 반영돼 있다. 토비는 자식에게만큼은 가난을 물려주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범죄를 계획했다. '죄 짓고 멀쩡한 놈 본 적 없다'던 태너는, 동생을 위해 공범이 된다. 나아가, 가장 큰 희생자가 되고 만다. 따라서 이 영화는, 범죄라는 나쁜 외피 이면에는 사랑이라는 보드라운 내피가 존재했음을 보여주는 작품인 것이다.


<로스트 인 더스트>는,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연출이 인상적이다. 자칫 조잡하거나 번잡해질 수 있을 만한 연출이, 알맹이으로 단단하게 완성된 작품이다. 냉혹하고 현실적인 자본주의 사회를 꼬집는 동시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식지 않는 뜨거운 혈육의 아름다움을 확인할 수 있는 영화다. 무언가 거대한 사건이 휩쓸고 지나갔지만, 남은 건 황량함이다. 어쩌면 이같은 사회적 상황과 그것 때문에 벌어지는 사건들은 자연현상처럼 당연하듯 우리 주변을 맴돌고 있다. 이것이 뉴스에서 늘 사건사고들이 끊이지 않는 이유다. 먹먹하고 착잡한 감정을 느꼈다면, 우리도 토비와 태비 형제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뜻이다. 영화는 현실의 반영이고,  <로스트 인 더스트> 역시 그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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