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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너의 봄은 맛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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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봄은 맛있니>는, 신인 작가 김연희의 단편들을 모은 소설집이다. '너의 봄은 맛있니' '트란실바니아에서 온 사람' '[+김마리 and 도시]' '사과' '아 유 오케이?' '블루 테일' '카프카 신드롬' '서천꽃밭 꽃들에게' 등으로 구성된 이 소설집 속 주인공들은 모두 '여자'다. 그렇다고 여자를 드높이고 남자를 비하하는 이야기들은 아니다. 하지만, 여자로서 한 번 쯤은 겪어봤을 수치심이 느껴질 경험들이 소재로 활용된다. 가령, 남자들의 극진한 사랑마저 때로는 집착, 나아가 공포로 느껴지는 경우처럼 말이다. 소설 속 일례를 들자면, '너의 봄은 맛있니'에서 남자친구 '도현'은 '나'를 사랑한다면서, 그것도 처음 사랑에 빠졌다면서 자신의 머리카락과 손톱들을 선물한다. 이건, 받는 자의 입장에서는 공포로 느껴질 수 있다.


이와 같이 <너의 봄은 맛있니> 속 단편들은, 일상성 위의 잔잔한 위기와 공포 등을 다룬다. 인물들이 처한 상황과 행동들은 누구나 겪어봤음직한, 어쩌면 매일 경험하는 것들이지만, 남다른 발상이 더해져 작품의 분위기가 반전된다. 여자가 중심에 놓인 작품들은, 결혼과 임신, 출산과 육아라는 근원적인 소재들에 집중한다. 이 소재들은 여자의 숙명인 동시에 공포의 대상이다. 각 소재들 모두에는 '사랑'이 밑바탕화돼있지만, '두려움'도 동반된다. 연인, 자식과의 사랑은, 존속과 희생 면에 있어서는 스트레스의 원인일 수 있다. 이 크고작은 스트레스의 표현으로, 이 소설은 그로테스크함을 택한다. '트란실바니아에서 온 사람' 속 알 수 없는 Q의 존재는 흡혈귀로 명명된다.


앞서 언급했듯, 여자의 숙명을 소재화한 작품들이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여성에 대한 사회적인 시선도 소재화된다. 아직도 여성은 가부장적 사회 구조와 통념 속에서 열위에 있다. 능동적이기보다는 수동적이고, 정체성을 확립하는 데에도 무리가 따르는 게 사실이다.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굴복해야 하는 상황들이 더러 있으며, 곤경에 묵살해야 하는 경우들이 있다. 물론, 남성 역시 남자라는 이유만으로 의무나 차별의 상황에 처할 때가 있다. 하지만 '약자'의 위치에 놓여있는 성별은 아직은 여성이다. 소설은 이 '사실'을 묘하게 비틀어 표현한다. 그 표현방식으로 '일상성'을 택한다. 나와 닮은 이야기를 읽는 자연스러움 속에서 따끔한 가시들을 발견하는 순간, 우리는 작가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와 마주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설집 전체가 품은 심상은 '따스함'이다. 그 심상은, 문체나 소재들에서보다는 메시지에서 두드러지게 확인할 수 있는데, 결국 이 소설들은 독자들로 하여금 '위로'를 전하기 때문이다. 첫 문단에서 언급했듯, 여자로서 한 번 쯤은 겪어봤을 '아픈' 이야기들이 전개되기에, 여성 독자라면 주인공들에게 공감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너도 그랬었지? 괜찮아, 곧 지나갈거야. 좋은 날이 올거야. 싫은 상황이라면, 거부해도 돼. 괜찮아." 필자가 책을 접하며 작가로부터 전해들은 위로의 말이다(물론, 실제가 아님). 이렇듯, 이 소설의 궁극적인 목적은 공감을 통한 위로에 있다.


특히, 여성 인물의 내면을 파고드는 작품인 만큼 다양한 '증상'들을 엿볼 수 있다. 임신공포증, 순결 콤플렉스 등이 그것이다. 책 표지만 봤을 땐 '봄 같은' 소설인 줄로만 알았는데, 막상 속으로 들어가보니 사계절이 공존하는 작품이었다(물론, 선인장의 가시가 작품 속 이미지를 상징하지만). 필자의 마음을 확! 잡아챌 만큼의 작품은 아니었지만, 여자에 의한 여자를 위한 작품의 정신적인 면이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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