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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혼자일 것 행복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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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혼자일 것 행복할 것>은, 저자 '루나'가 독립(자취)을 결심한 때부터 지금까지의 '리얼 독립 라이프'를 보여주는 에세이다.


카피라이터이자 카투니스트인 저자는, 회사생활에 쉼표를 던지고 홀로 8개월 간 런던 여행을 떠났다. 귀국한 그녀는 '홀로 라이프' 등급이 높아진 것과 여행에서 느꼈던 '낯섦의 묘미'를 생활화하기 위해 독립을 선언한다. 그녀가 느낀 여행의 묘미란, 낯섦, 생경함이었다. 여행에서 느꼈던 짜릿함의 원인은 만사가 새삼스럽기 때문이라는 걸 파악한 저자는, 일상 모험가가 되고자 다짐했고, 권태와의 전쟁에서 이기기 위해 전장을 바꾼 것이다. 지독하게 혼자가 되리라 다짐하고 실천에 옮긴 것이다.


이 에세이에서는 독립 라이프의 꽃길만을 보여주지 않는다. 따라서 필자는 이 책을 읽는 동안 푹 빠져버렸던 것! 더욱이, 필자 역시 7년 가량의 자취 경력이 있기 때문(지금은 잠시 쉬는 중, 곧 재시작할 예정)에 공감도가 깊었다. 필자가 독립을 시작한 때는 대학생 신분이었는데, 저자가 그랬듯 부모와 한 도시 아래에 있으면서 독립을 선언했었다. 팀과제가 많은 전공이었던지라, 프로젝트가 늦게 마치거나 주말에도 과제를 위해 학교로 향할 때가 많았는데, 외출에 대해 부모님께 시시콜콜 설명드려야 하는 것과 늦은 귀가가 이어지는 것에 대해 눈치가 보였었다. 필자의 독립 조건은 장학금이었다. 엄마는, 장학금을 받는(고학점) 조건으로 독립을 허락하겠다고 말씀하셨다. 독립에 대한 갈망은 과 1등이라는 기적을 낳았고, 고로 나는 혼자가 될 수 있었다.


저자는, 독립의 첫 느낌을 '외톨이', '고독한 여행자'의 기분이라고 표현했지만, 필자는 별다른 느낌이 없었다. 집에서의 생활보다 해방감, 자유로움이 컸기에 만족했다. 이 시작점만 다를 뿐, 저자의 독립 생활의 면면에서 상당 부분 공감했다.


가끔씩 밀려오는 외로움에서부터, 독거 여성이 겪어야 하는 두려움과 불안, 부모의 품을 떠났기에 맛보게 된 인생의 수많은 에피소드들은 필자가 느꼈던 것처럼 자취인들의 공감을 사로잡을 것이다. 에필로그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카피는 저자의 자립성을 제대로 표현하고 있다.


인생은 결국 일인용이다.
나는 나와 반려하며, 나를 양육하며, 나를 살아내고 있다.


그녀의 독립은 성공적이다. 독립을 통해, 미처 알지 못했던 세계를 만나 성장했기 때문이다. 홀로 선다는 건 힘겨움이 뒤따른다. 힘겨움이라는 통과의례를 통해 저자는 성장했다. 따라서 이 책에서는, 자취생활의 꽃길만을 보여주지 않는다. 거짓 없는, 현실적인 자취 에세이를 통해, 정보 획득과 공감을 얻고 싶은 독자들에게 <혼자일 것 행복할 것>의 일독을 권한다.




[책속의 한줄]


한 집에 있어서 남자의 존재란 무엇일까. 남자 한 명만 있어도 나는 이런 막연한 두려움을 느끼지 않아도 되었을 텐데. 남자 한 명만 이 집에 머물러도 잠자다가 작은 소리에도 벌떡 일어나는 일은 없을 텐데. _68, 69쪽에서


처음부터 내 인생이 한쪽 방향으로만 흘러갔다면 이런 차이는 몰랐을 것이다. 집안일만 하며 바깥일은 마냥 자유롭고 보람찰 거라 동경했을 수도 있고, 사회생활만 하며 집안일은 쉽고 편하기만 할 거라 생각했을 수도 있다. 홀로 삶을 꾸려보기 전까진 몰랐던 부분들, 이렇게 새로이 배워 참 다행이다. _106쪽에서


어쩌면 우리 모두에겐 외로움의 시간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오직 스스로에게만 집중할 수 있는, 자발적인 고독 타임 말이다. 반려자가 있는 사람들조차 이런 혼자만의 시공간이 간절할지 모르는 일이다. 그렇기에 모두가 떠난 빈집에 혼자 남아 있는 독거인의 모습을 무조건 스산하고 가엾고 가슴 찡한 풍경으로 해석하진 말았으면 좋겠다. _126, 127쪽에서


어쩌면 우리의 인생이란 취향에 맞는 것들로 저마다의 상자를 채워가는 과정이 아닐까 싶다. 세상이 전부 신비하기만 한 순백의 신생아로 태어나, 스스로의 취향을 발견해나가고, 그 취향에 맞춰 필통이나 파우치, 보석함, 옷장, 책장, 냉장고 따위를 채워나가는 과정, 그것이 인생이 아닐까 싶다. 그렇게 인간이 채울 수 있는 취향 상자 가운데 가장 큰 것이 바로 집이겠지. _158쪽


생각할수록 감사한 일이었다. 내가 지구 어느 켠에 떨궈져 있건 나의 끼니를 걱정하고, 나의 안녕을 간절히 소망하는 분들이 있다는 것. 같이 살 적엔 엄마의 챙김이 너무도 당연해 감사한 줄도 몰랐는데 떨어져보니 새삼스러웠다. 어쩌면 이것도 독립의 효과였다. 익숙한 삶을 떠나 낯섦을 찾아 나서길 잘한 것 같다. 공기처럼 당연하게 여겨왔던 이 자욱한 애정마저 새삼스러운 것을 보니. _17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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