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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헤세가 들려주는 나비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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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에서 커다란 두 가지 즐거움이 있었다면 그건 나비 채집과 낚시였어.
다른 건 모두 시시했지.


독일의 대문호 헤르만 헤세의 말이다. 취미로 나비 채집과 낚시를 즐겼다는 걸 보면, 헤세의 자연에 대한 경외심을 엿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헤세의 작품들 중에는 나비에 대한 애착이 두드러지는 것들이 많다. <공작 나비>, <인도 나비들>, <마다가스카르에서 온 나비>, <신선 나비> 등 나비를 주 소재로 한 작품들이 많다. 더하여, 다양한 시를 통해 나비의 아름다움을 표현하기도 했다.


책 <헤세가 들려주는 나비 이야기>는, 헤세의 나비에 대한 글들 중 특별히 아름다운 글귀들을 모아 엮은 것이다. 헤세의 나비 관찰기에서부터 나비라는 자연물이 전하는 가르침 등이 포함돼 있다. 나비 이야기가 주제인 만큼, 책에는 수많은 나비들과 그들의 특징도 소개돼 있다.


헤세의 자전적인 나비에 얽힌 경험들에서, 우리는 나비 뿐 아니라 헤세라는 사람에 대해서도 보다 깊이 이해할 수 있게 된다. 나비를 사랑하는 그의 마음은 누구보다 따뜻하고 또한 진중하다는 걸 알 수 있다. 나아가, 자연친화적인 면면을 뚜렷하게 확인할 수 있었다.


나는 나비를 비롯해 다른 덧없는 아름다운 것들과 항상 유대감을 느꼈다.
반면 지속적이고 고정된 관계, 이른바 확고한 구속은 나를 행복하게 한 적이 없다.


자연에 대한 경외심을 지닌 이들의 글을 읽다보면, 표면적인 것들 이상의 이면적인 메시지에 경탄할 때가 있다. 자연은 우리 인간보다 앞서 존재했던 모체다. 따라서 우리는 그들을 해하거나 배신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우리는 이미 인간이 자연보다 앞선다는 기만한 생각으로 자연을 훼손하는 등 이기적인 행동을 한다.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은 표현이고, 자연은 한결같이 그 자체로 그림이자 언어이며 총천연색 상형문자이다.
오늘날 우리는 자연과학이 고도로 발달했음에도 자연을 그대로 바라볼 준비가 되어 있지 않고,
그런 교육을 받지 못했으며, 오히려 끊임없이 자연과 싸우기만 한다.


우리는 반성해야 한다. 이미 우리는 늦은 후회 때문에 역습당하는 중이다. 후회는 늘 늦는 법이지만, 우리는 앞날을 위해 조금이나마 자연과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태도와 방법을 강구해야만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인류의 존속 여부를 고민해야 할 상황에 부딪히게 될 것이다.


나비에 대한 헤세의 애정 가득한 글들로 엮인 책이라, 읽는 내내 마음이 따듯했다. 아름다운 동시에 뼈 있는 메시지를 머금은 헤세의 글들을 확인하고 싶은 독자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헤세가 들려주는 나비 이야기>는 필자로 하여금, 자연친화적인 태도에 힘을 더해준, 조금은 천진한 마음을 갖게 해준 고마운 책이다.


라우텐슐라거도 불안하고 불만스런 인생 덤불을 헤쳐가는 내내 언제든 순간적으로나마 어린 시절의 나라로 돌아가는 그만의 길을 간직해왔다. 그 나라는 그를 비롯해 모든 이에게 아침의 찬란함과 모든 힘의 근원이 숨겨진 땅이자, 그 개인적으로는 늘 경건한 마음으로 들어설 수밖에 없던 세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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