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 기록

12월 초에 만난 늦가을 정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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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여느 때보다 좀 더 많은 아침 풍경의 영향을 받았다.
평소보다 일찍 일어났지만, 출근길로 보낸 시간이 여느 때보다 길었던 오늘.
날씨가 부쩍 추워진다는 소식에, 평소에 신지 않았던 양말과 운동화까지 챙겨신고 나간 나.
덕분에, 다른 사람들에 비해 덜 춥다고 느낀 나다.
추위에 약한 나이지만, 어찌됐든 피할 수 없는 겨울 날씨를 '즐기자! 이겨내자!'고 다짐한 나는,
날씨에 순응하는 옷차림을 갖추는 방법을 택했다(지방도 좀 채웠고).

평소보다 늦은 출퇴근을 (본의 아니게)택하게 됐지만,
그로 인해 얻은 것도 많았다.
독서시간이 길어졌고, 늘 같은 시간에 접하던 것과는 다른 풍경을 감상할 수 있었다(물론, 늘 자연은 변하지만).
늘 만나던 사람이 아닌 다른 사람들과 출근길을 함께 했고, 다른 길이의 태양볕을 쬘 수 있었다.

오늘의 태양볕은 정말 따사로웠다.
깊이 빠져든 책 <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을 들었음에도,

조금 읽다 무릎 위에 놓아둔 채 차창 밖 풍경에 한참 취해있었다.

일주일에 두 세 번은 출근길에 버스를 타곤 하는데,
오늘따라 똑같은 경로임에도 불구하고 유달리 달리 느껴졌다.
모든 풍경이, 마치 새로운 곳으로의 여행처럼 낯설었다.
내가 타는 버스는, 중심가를 지나 시골길로 향하는데- 두 풍경의 이질감이 오늘따라 두드러졌었다.

도심에는 낙엽 만큼이나 수많은 전단지들이 바닥을 메우고 있었다.
인간의 이기심이 확연히 드러나는 풍경이었다.
그렇게, 도심의 바닥은 인간의 이기심으로 가득한 공감임을 새삼 확인하고 만 것이다.
가슴 아픈 풍경을 뒤로한 채 시골길로 접어든 버스는, 내게 황홀경을 선사했다.
오늘따라 유달리 크고 따사로운 듯했던 태양은, 차창 너머 내게 온기를 선사했다.
더불어, 시골길에서 만난 할머니들의 인심 덕분에 온기는 더 상승했다.
좀처럼 드문, 인사 건네는 풍경을 보니 내 마음에서도 미소가 번졌다.

12월이지만,
시골길의 풍경은 늦가을 정취를 안고 있었는데.
갈대와 낙엽들의 색은 제대로 가을색이었다.
갈색은 가을색의 줄임말이 틀림없다고 믿는 나는, 오늘에서야 제대로 늦가을 정취를 만끽했다.

이렇게,
나는 오늘 아침에도 잠깐의 여행을 즐겼다.
늘 같은 길을 통해 목적지로 다다르는 과정임에도, 조금의 다름을 선택함으로써 생경한 느낌을 맛볼 수 있다.

다시금 느꼈다.
자연의 힘을, 그리고 마음의 힘을!
동일한 환경과 상황 속에서도 다른 결과를 낼 수 있는 힘은, 태도에 있다.

나는 오늘, 버스를 택한 덕분에 많은 풍경을 감상할 수 있었고 태도의 가치를 배웠다.
가급적이면 대중교통을 이용하려는 나는,
자연친화, 경제적인 면을 뛰어넘어 다양한 배움이 있기에

불편을 감수하고서라도 버스, 지하철 등의 이동수단을 택한다.

개인적으로는, 자연풍광의 감상 기회와 독서의 시간을 더 많이 얻을 수 있다는 점이,
사회적으로는, 경제&자연적인 면에서 도움이 된다는 것이 내가 생각하는 대중교통 이용의 장점이다.
물론, 정답은 없다.
그리고 나 역시 편한 쪽이 좋다고 여기는 때가 많다.
하지만, 이런 좋은 경험들을 통해 보다 합목적성에 좋은 방향의 삶을 택하고자 노력 중이다.

다음 출근길에는 어떤 풍경들과 만날 수 있을까?
기대와 함께 오늘의 기록을 마친다.


- 2016.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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