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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다른 나라에서>의 등대


홍상수 감독의 영화 <다른 나라에서>의 '안느'는, 안전요원 '유한'에게 끊임없이 등대의 위치를 묻는다. 세 개의 단편들 모두에서 말을 잘 알아듣지 못하는 유한에게 등대를 설명하고, 또 그 위치를 묻는다. 똑같은 주인공이 등장하지만, 각 단편들의 유기성은 없다. 개별적이다. 첫 번째 에피소드에서 안느는 한국을 처음 방문한 영화감독이고, 두 번째 에피소드에서는 한국에 거주하는 대기업 부사장의 바람난 아내로 등장한다. 세 번째 에피소드에서는 이혼 당한 부잣집 사모님이다.


전혀 다른 상황 속 다른 인물임에도 불구하고, 등대의 위치를 묻는 안느. 하지만 유한으로부터 듣는 대답은 "모른다"이다. 도대체, 안느가 찾는 그 등대는 어디에 있을까? 그리고 그것이 지닌 함의는 무엇일까?



연출적으로 보자면 등대는, 각 단편을 구분짓는 역할을 한다. 각 단편은 개별적이지만, <다른 나라에서>라는 하나의 작품을 구성하는 것이기도 하다. 전체와 부분, 개별성과 조화의 잣대 역할을 하는 것이 등대이다. 함의로 보자면 등대는, '삶에 대한 성찰'이다. '불을 비추는' 등대는 삶을 비추는 것의 상징이다. 영화 속 등대가, 실질적인 역할을 하지는 않지만 안느가 찾고자 하는 바람, 혹은 지난 날들의 반성의 상징물일 수 있다는 것이다. 안느는 계속해서 등대를 찾지만, 꿈에서만 그것을 찾는다.


사실, 바다에서 등대 찾기란 어렵지 않다. 하지만 <다른 나라에서>는, 바다를 배경에 둠에도 불구하고, 게다가 주인공이 애타게 등대를 찾기 위해 노력함에도 불구하고 보여주지 않는다. 이것이 바로 초현실적이다. 이 영화 속에서의 등대는 안느의 내면에 자리잡고 있다. 영화 속에서 등대는, 내면의 관념, 즉 인생과 사랑 등에 대한 잣대이자 조명물인 셈이다.


내 삶의 등대는 무엇일까? 내 삶의 기준과 밝혀야 할, 나아가야 할 방향은 무엇일까? 영화 속 등대의 의미를 새겨보면서 들었던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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