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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홀경에 눈 멀고 열정에 마음 뺏긴 영화 <라라랜드>

★ 스포일러 있습니다 ★

필자는 다미엔 차첼레 감독의 영화를 보면 에너지가 소진된다. <위 플래쉬>를 봤을 때도 그랬고, <라라랜드>를 보고서도 그랬다. 첫 신에서부터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던 영화. 압도적인 첫 신은 감격의 서막에 불과했다. 이 영화는 볼수록 장관이었다.


<라라랜드>에는 일과 사랑, 현실과 판타지가 공존한다. 재즈가 인기를 잃은 시대에 살아가는 재즈 애호가 세바스찬. 우연히 들른 바에서 그의 연주를 들은 미아는 세바스찬에게 음악 잘 들었다는 말을 남긴다. 하지만 세바스찬은 까칠하게도 미아의 어깨를 툭 치고 지나간다. 이것이 인연의 시작이었을까? 아니다. 물론 둘은, 이전에도 연이 있었다. 어딜 가든 만나게 되는 그들은, 결국 연인이 된다.



세바스찬과 미아는 '조건 없는 연애'를 한다. 비록, 이들이 하고자 하는 일에 대한 열정과 꿈이 받아들여지는 곳은 거의 없었지만 그런 것들을 차치하고 둘은 서로에게 영감의 원친이 되어준다. 사랑 그 자체만으로도 세바스찬과 미아는 행복의 순간들을 보낸다. 재즈 피아니스트와 배우가 꿈인 그들은 '꿈을 꾸는 바보들'로 불리는 예술가들이다. 사실상, 예술가들의 현실적인 밥벌이는 녹록지 않다. 게다가 등용 과정 역시 힘겹다. 세바스찬의 연주와 미아의 연기가 받아들여지는 곳을 찾기란 하늘의 별 따기다. 하지만 둘의 관계에는 사랑의 별이 넘쳐난다. 그야말로 별천지다.



결국, 세바스찬은 현실에 순응하는 선택을 한다. 하고자 하는 방향에서 벗어나, 돈벌이에 집중하기로 한 것이다. 그 선택 이후 세바스찬은 바빠지고 미아와의 관계도 소원해지기 시작한다. 미아는, 자신이 각본을 쓰고 연기를 하는 1인극에 도전하지만 실패한다. 하지만 망연자실한 그녀에게도 희망이 찾아온다. 오디션 기회가 왔고, 결국 그녀는 명배우가 된다.


세바스찬과 미아의 사랑은 이어졌을까? 영화는, 현실을 택한다. 하지만 판타지의 공간으로 초대한다. 우울과 슬픔이 없는, 그야말로 행복의 공간 '라라랜드'로 말이다. 그래서 영화는, 현실적인 로맨스영화들이 주는 쌉싸름함보다는 환상적인 로맨스로 기억될 것이다.



각 계절의 분위기에 걸맞은 스토리와 그에 힘을 더하는 색채와 조명은 세월이 지나도 잊히지 않을 성싶다. 거기에, 진짜 뮤지컬 공연을 관람하는 것 같은 느낌을 선사하는 장면들은 영화관람의 몰입도를 드높인다. 연극, 뮤지컬 등의 공연들이 지닌 특징은 영화보다 현장감이 짙다는 것이다. 그래서 공연의 현장감을 즐기는 관객들은 한 작품을 여러 차례 감상하는 등 회전문 관객이 되기를 자처한다. <라라랜드>를 보면서 필자가 느낀 감정도 그랬다. 관람 중에도 '재관람'의 욕구가 샘솟았다. 심지어 '감격의 눈물'까지 흘렸으니, 이쯤이면 말 다했다. 엔딩 크레딧이 끝날 때까지 '멍'할 수밖에 없게 만들었던, 그야말로 말문이 막힐 만큼 열정적인 영화였다. 인생의 모든 것이 담긴 '라라랜드'의 초대장은 1만원 안팎으로 구매 가능하다. 떠나자! 그곳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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