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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나, 다니엘 블레이크>

우리가 잊거나 잃지 말아야 할 것을 일러준 작품


영화 <나, 다니엘 블레이크>는 아픈 현실을 날 것 그대로 보여주는 작품이다. 평생을 목수로 살아왔던 다니엘은, 심장병이 악화되어 일을 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한다. 그래서 실업급여를 받기 위해 관공서를 찾지만, 노인들에게는 힘겨운 전자 절차 때문에 수차례 좌절을 경험한다. 도움을 요청해도 번번히 실패하는 실업급여 신청. 그렇다고 일도 할 수 없는 상태이니, 다니엘의 현실적인 문제들은 그를 더 옥죄기 시작한다. 그러던 어느날, 이웃집에 이사 온 싱글맘 케이티를 알게 된다. 그녀의 삶은, 다니엘보다 딱하다. 기본적인 생계마저 잇기 힘든 지경이니 말이다. 그런 케이티에게 다니엘은 조력자가 되어준다.


영화 속 주인공인 다니엘과 케이티는, 노동자조차 될 수 없는 상황에 놓여있다. 최소한의 생계를 이을 수 있는 먹거리조차 살 수 없는 상황에 처한 인물들이지만, 그들의 마음은 돈 그 이상의 가치를 띤다. 케이티가 여성용품을 훔치고, 퇴폐업소의 직원으로 뛰어들려는 장면, 다니엘이 끊임없는 인터넷 오류로 낙담하는 장면이 되풀이될 때마다 가슴에 돌덩이가 하나씩 쌓여가는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이 아픈 현실을 보여주는 것이 이 영화의 핵심이 아니다.


<나, 다니엘 블레이크>가 궁극적으로 보여주고자 하는 주제는 이토록 아픈 현실에서도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잃어서는 안 될 것들을 일러주는 것에 있다. 다니엘은, 자신의 자존감을 지키기 위한 투쟁을 한다. 관공서 벽면에, 자신의 이름과 요구를 적은 다니엘의 용기는 많은 시민들의 공감과 지지를 받는다. 하지만 그럼에도, 역시나 이 투쟁을 난동으로 받아들이는 관공서 직원들과 경찰들은 그의 용기를 단시간에 처단한다. 결국 다니엘은, 말도 안 되는 공권력에 굴복당하고 만 것이다. 하지만 그는 용기를 갖고, 자신의 자존감과 최소한의 권리를 주장하기 위해 앞으로 나아가려 한다. 하지만 현실은 그를 가만히 내버려두지 않는다.



가슴을 답답하게 만들었던 돌덩이는, 결국 가슴 전체를 무너지게 만들었다. 아프디 아픈 현실을 지켜보는 과정은 힘겨웠다. 누가 마른 땅에도 희망은 있다.라고 했던가. 아직도 세상에는, 주어진 최소한의 권리조차 주장할 수 없는 사람들이 존재하고 있다. 또한 그들은 부조리한 세상에 의해 죄인이 되고 만다. 왜, 우리는 평등하지 못한가. 물론, 자유민주주의국가에서 경제력의 차이가 생기는 건 어쩔 수 없다. 하지만 이 차이로 하여금, 무분별한 차별을 당하는 것은 옳지 않다. 부조리는 부조리를 낳는다. 영화 <나, 다니엘 블레이크>는 이점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아프고 아픈 현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휴머니즘을 발휘한 다니엘이라는 '진짜 영웅'을 통해 배움을 얻었을 것이다. 우리가 잊거나 잃지 말아야 할 것들에 대해 성찰하게 만들어 준 이 영화는, 제69회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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