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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어떻게 헤어질까>

이 영화의 장르는 가족드라마다



<어떻게 헤어질까>는 가족영화다. 의외였다. 사실, 영화 포스터를 접했을 땐 로맨스에 집중한 작품일거라 예상했었기 때문이다. 영화를 감상하게 된 주된 이유는 오기가미 나오코 감독의 소설집 <히다리 포목점>에 실린 단편소설 <에우와 사쵸>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된 작품이라는 이야기를 접했기 때문이다. 필자는 오기가미 나오코 감독의 팬이다. 사실 그녀의(심지어 그녀 사단의) 작품들에는 고양이가 자주 등장한다. 등장 뿐만 아니라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는 주 캐릭터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녀의 '고양이를 향한 사랑'은 텍스트에서도 표현됐나보다(아직, <에우와 사쵸>를 읽지 못했다). 즉 필자는, <어떻게 헤어질까>를 통해 오기가미 나오코 감독의 감성을 확인하고 싶었기에 감상했던 것이다.


영화 속 고양이들에는 인간의 영혼이 깃들어있다. 고양이 '얌마'에는 여주인공 '이정' 엄마의 영혼이 서려있다. 즉, 얌마는 이정의 (죽은)엄마다. 이 사실을 알기 위해서는 고양이의 영혼을 볼 줄 아는 캐릭터가 필요하다. 바로 '나비'다. 나비는 이정의 옆집으로 이사 온 남자다. 이름부터 '고양이 냄새' 물씬 풍기는 나비의 눈에 비치는 고양이의 형태는 사람이다. 즉 나비는, 사람과 고양이 간의 의사소통자(커뮤니케이터)이다.


이정은, 암으로 여읜 엄마를 그리워한다. 홀로 남겨진 딸이 걱정됐는지, 이정의 엄마는 그녀의 고양이가 되어 딸 옆을 지킨다. 얌마는 이정의 짝을 찾아주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사실, 직접적인 행위를 할 수는 없는 입장이지만 나름의 노력을 한다. 얌마가 정한 이정의 짝은 나비다. 기적처럼, 이정과 나비는 커플이 된다. 얌마가 안심하는 순간, 그녀는 암에 걸린다. 사람이었을 때의 행보와 같다. 이정은 두 번이나 자신의 가족을 잃을 수 없다는 생각에 얌마를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하지만 생명은 인력으로 제어하기에는 한계가 있는 법. 결국, 얌마는 제 몫을 다 한 후 세상을 등진다.


<어떻게 헤어질까>는, 죽음을 그린 슬픈 가족드라마다. 헤어짐의 대상은 가족이다. 사람도, 반려동물도, 때가 되면 세상을 등지게 마련이다. 우리는 언젠가 죽는다는 진리를 인정해야만 하고, 그것 때문에 겪어야 할 이별 연습도 해야 한다. 물론, 아무리 받아들이고 학습한다 해도 익숙해지지 않는 것이 죽음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죽음에 대해 생각해보는 편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더 현명하게 이별에 대처할 수 있지 않겠는가. 영화는 이 점을 관객들에게 각인시킨다.


영화를 보는 내내, 오기가미 나오코 감독의 영화들이 주마등처럼 뇌리를 스쳤다. 그녀 영화 속 고양이들은 <어떻게 헤어질까> 속 얌마(와 그 외 고양이들)처럼 의인화된다. 그들 역시 영혼이 있는 생명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우리는, 우리가 고양이를 돌봐준다고만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반대로, 고양이가 우리의 영혼을 씻어주고 아픔을 치유해주는 경우도 많다. 영화 <고양이를 빌려드립니다>는 그 점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작품이다. 더하여, 그녀 사단의 배우들이 등장하는 드라마 <빵과 스프, 고양이와 함께 하기 좋은 날>에서도 무심한 듯 보이지만 늘 주인공 옆을 지키는 고양이의 치유력을 확인할 수 있다.


최근, 고양이의 인기가 상승했다. 고양이를 반려동물로 선택하는 사람들도 늘어났고, 그 대세에 따라 고양이를 다룬 영화들도 늘었다. 특히, 고양이를 다룬 영화들은 일본에서 많이 만나볼 수 있다. 예부터 일본에서 고양이는 복을 부르는 동물로 사랑받아왔기 때문이다. 최근 개봉한 영화 <세상에서 고양이가 사라진다면>, <고양이는 불러도 오지 않는다>는 잔잔하지만 인상적인 작품이었다. 고양이를 동종(同種)으로 그려낸 영화 <어떻게 헤어질까>. 판타지이긴 하지만, 애묘인들은 충분히 공감할 법한 이야기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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