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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사일런트 하트>

죽음에 대한 사색

영화<사일런트 하트>는 '존엄사'를 소재로 다룬다. 죽음을 다루는 작품들은 소재 자체가 민감하기도 하지만, 그와 연관된 다른 소재들 때문에 더욱 애잔히 느껴지게 마련이다.


하지만, 이 영화의 감독 빌 어거스트는 관객들로 하여금 애잔함을 이끌어내기 위한 신파조의 연출을 택하기보다는 죽음에 직면한 일가족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그려낸다. 먼저, 영화의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엄마 에스더는 스스로 생의 마감을 결심한다. 그리고 이들 가족 모두 그녀의 의견에 찬성'했다'. 존엄사는 어찌 보면 자·타살로 볼 수 있다. 주어진 생을 자연스럽게 마감하는 것이 아니니까…. 막상 죽음까지 어느 정도의 기간이 있을 때까지는, 에스더의 가족들도 그녀의 선택과 결정을 높이 평가했다. 하지만, 죽음과의 직면을 앞둔 그들은 의견불일치의 모습을 보이기 시작한다.


사실, 필자 또한 존엄사 쪽에 손을 드는 입장이다. 하지만, 정작 나와 가족들이 그것을 결정하고 실행한다고, 즉 죽음과 직면하게 된다면 어떻게 입장이 바뀔지 예상할 수 없다. 죽음에 대한 관심이 많은 필자로서는, 나름대로의 죽음에 대한 학습을 해나가고 있지만 그것은 아무리 학습한다고 해도 불편하고 슬프며 낯설기 짝이 없는 개념이다. 아마, 직접적으로 마주하지 않는 이상 가장 예측하기 힘든 경험일 것이다.

우리는 죽음과 직면했을 때, 비로소 자·타인의 소중함을 깨닫는다. 여생이 정해졌을 때에야 비로소 삶의 유한함을 인지하기 시작한다. 그때부터 죽음은 슬프고 괴로운 것으로만 여겨지고, 어떠한 준비를 하든지간에 고통으로밖에 연관짓지 못한다. 에스더의 가족들 또한 마찬가지다. 존엄사를 실행하기 전에 모인 그들은, 그제서야 '함께'의 의미를 깨닫고 실행한다. 마지막 주말이자 크리스마스 파티(앞당겨진)를 치르고, 함께하지 못한 수많은 시간들을 후회한다. 울며, 슬퍼해봤자 더이상 나아질 게 없는 미래가 펼쳐져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사일런트 하트>는 죽음에 직면한 가족들의 다양한 심리를 묘사함으로써, 감상자들에게도 죽음을 인지하게 만든다. 평소, 우리는 좀처럼 죽음을 염두에 두지 않는다. 매일 살아가는 것에 집중하는 나머지 유한한 인생이 마치 내게만은 무한한 것처럼 여기면서 말이다. 하지만, '인간은 죽는다'만큼 명확한 진리는 없다. 그렇기에 우리는 죽음을 걱정할 필요는 없지만, 존재하는 것이며 그것이 때로는 근처에 도사리고 있다는 것도 염두해야만 한다.


무엇보다 이 영화가 가치있는 것은, 생의 끝까지 자신의 삶을 산 사람을 다뤘다는 점이다. 물론, 존엄사는 불법이며 그래서 문제시될 수밖에 없는 소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따듯한 가족드라마로 귀결된다. 이것은 빌 어거스트 감독이 지닌 연출의 힘이다. 죽음에 직면한 가족사를 통해, 죽음과 구성원들 간의 관계, 또 그것을 넘어선 인간으로서의 권리(라고 표현하겠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소재에 대해 성찰하게 만드는 <사일런트 하트>. 제목처럼 묵직함을 잃지 않은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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