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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컨택트>

휴머니즘으로 점철된 SF



<컨택트>는 SF이지만, 익숙한 장르색보다는 휴머니즘이 강한 작품이다. 이 영화는 관람 후에 젖어드는 여운이 다분하다. 아직도 먹먹함과 깊은 감동의 여운이 쉽게 가시지 않는다.


어느날 전세계 12군데에 기이한 형태의 쉘이 등장한다. 정부와 많은 이들이 쉘의 정체와 이들의 출현 목적을 궁금해하는 가운데, 언어학자 루이스와 물리학자 이안이 의문을 밝히는 프로젝트에 투입된다. 과거에서부터 지금까지 여전히 분리된 듯한, 그래서 우위조차 가릴 수 없는 영역인 언어와 물리의 대립은 <컨택트>에서도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주 소재가 된다.


이 영화는 시작부터 SF에 국한된 작품이 아님을 보여준다. 루이스의 일상으로부터 스케치된다. 그녀에게는 한나(Hannah)라는 이름을 지닌 딸이 있고, 남편과는 멀어진 상태로 보인다. 루이스의 일상은 그리 행복해보이지 않는다. 철저히 외로워보이는 그녀의 일상과 성공한 언어학자의의 삶에는 어떤 연결고리가 있는 것일까?



<컨택트>의 묘미는 결말에 있다. 사실, 결말의 중요성은 모든 작품에서 강조되지만 <컨택트>의 결말은 화실히 좋다. 결말에 이르러서야 상상하지 못했던 반전과 앞선 이야기들의 등장 이유를 확인할 수 있게 된다.


결국, 영화의 핵심 메시지는 소통에 있다. 루이스가 외계인들과의 접촉을 시도하는 장면들이 인상적이다. 다소 원시적이기도 한 방법들은, 새로운 생명체와의 접촉을 위한 첫 시도로써는 올바른 방법으로 보여지기도 한다. 원시 인류가 소통을 위해 시도한 방법이 바로 루이스가 보여준 모습과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영화는 소통의 핵심을 강조한 것에서 끝나지 않는다. <컨택트>는 물음한다. '만약 당신에게 미래를 볼 수 있는 능력이 있어, 앞으로 닥칠 일의 결말이 불행으로 치닫는다 해도 그것을 감수한 사랑을 택할 수 있겠는가'라고. 우리는 이따금씩 미래를 볼 줄 아는 초능력자가 되고자 하는 상상에 빠지곤 한다. 하지만 그럴 경우, 진짜 행복해질 수 있을까? 인생의 의미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인가?


사실, 플롯이나 전개 방식에 있어서 <컨택트>는 그리 참신한 작품이라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이 영화는 인문학적 요소가 다분하며 따라서 지적인 작품이라는 점이다. 이 점을 강조하기 위해, 영화는 기존 SF들의 화려한 비주얼과는 달리 극사실주의를 택했다. 드니 빌뇌브는 그 어떤 상황에서도 휴머니즘을 놓지 않은, 아니 강조해온 감독이다. 절대 하나의 입장에서 이야기하지 않고, 다양한 캐릭터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전개함으로써 진정한 소통과 화해를 풀어내왔다. 이번 영화에서도 그 면모를 여실히 드러냈다. 그의 묵직하고도 지적인 SF의 시도를 확인하고 싶다면 <컨택트>에 아이 컨택(eye contact)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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