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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재심>

진흙탕 속 그대들을 향한 경고


영화 <재심>은, 약촌오거리 살인사건을 극화했다. 살인마로 16년 간 누명을 써야만 했던 현우는, 가장 꽃 다운 청년기 10년 간을 교도소에서 보냈다. 증인들의 증언과 경찰들의 수사, 심지어 범인의 자백에도 불구하고 사법부의 파렴치한으로 순수한 한 소년의 인생이 나락으로 곤두박질쳤다. 최악을 경험한 현우. 그에게 변호사 준영은 구원의 손길을 건넨다.


물론, 준영이 현우와 손잡게 된 과정이 숭고하지만은 않다. 하지만 이성, 아니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는 사건의 희생자가 된 현우를 통해 준영은 변해간다. 따라서 <재심>은, 사회고발과 휴머니티를 겸비한 팩션이라 말할 수 있다.



<재심>은, 승리의 가능성이 거의 없는 사건의 역전승을 통해 '인간다운 삶의 조건'을 표현한다. 돈, 명예, 권력 없는 상대적 약자들은 무고의 희생양이 되고 마는 비상식적인 사회. 현우가 처한 상황이, 우리에게는 닥치지 않으리라는 법은 없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 가해자(살인마)가 되어있다면 당신은 과연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인가?


비상식적인 사회는, 일말의 살기가 없는 개인을 극도로 끔찍한 죄인으로 탈바꿈시킨다. 절대 나를 둘러싼 상황은 아니길 바라겠지만, 놀랍게도 이 상황은 도처에 널려있다. <재심> 외의 많은 범죄영화들이 실화에 기반한다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시국이 흉흉한 요즘, 소위 권력자라는 이들의 끊이지 않는 비리와 금수저들의 이해 못할 사건들이 폭로되고 있다. 이는 <재심>의 맥락과 다르지 않다. 돈과 권력 등은 누구나 욕망하는(혹은, 욕망했던) 것이다. 하지만 그것들이 순결하지 않고 불결한 것이라면 내치고 버려야만 한다. 돈과 권력에 대한 욕망은 가질수록 커지게 마련이다. 사회를 물들이는 불결한 욕망은 처단되어야만 한다. 또한, 불결한 방식으로 잇속 챙기기에 급급한 이들은 명심해야 한다. 언젠가는 입 전체가 헐게 될 것임을.


결국 <재심>은, 많은 이들이 알고 있던 것처럼 순결함의 승리를 보여준다. 무엇이든 깨끗함이 이기게 마련이다. 이 영화는 오락성보다는 고발성이 강한 작품이며, 반성해야 할 사람들을 향한 경고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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