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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재키>

재클린, 그녀가 감내해내야 했던 것들


영화 <재키>는 존 F. 케네디 전 미국 대통령의 암살 전후, 부인 재클린 케네디의 내외면을 다룬다. 재클린은 남편의 죽음을 직면해야만 했고, 그 이후로 삶이 완전히 뒤바껴버렸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클린은 한 남자의 부인이자 영부인으로서의 마지막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노력한다.


재클린은 영부인으로서 완벽한 인물이었다. 하지만, 그녀의 훌륭한 내조는 케네디의 그늘 아래에 가려졌었고, 남편의 죽음 직후에는 수년간 공들여 복원한 백악관에서 떠나야만 했다. 남편의 상실에 대한 슬픔과 스스로의 입지에 대한 상실감, 어린 두 자녀에 대한 책임감, 앞날에 대한 불안 등은 재클린의 내면에 강한 생채기를 낸다. 생채기로 생긴 아픔의 골은 점점 깊어져만 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클린은 엄숙함과 품위를 잃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


악재는 연이어 오는 법임을 뼈저리게 경험하는 재클린. 그녀는 답답한 마음에 신부를 찾아가 자신의 내면을 털어놓는다. 그 어디에도 터놓을 수 없었던 내면의 괴로움. 특히, '속기사가 됐으면, 가난하고 게으른 남편을 선택할 걸 그랬다'며 회한의 목소리를 내비치는 씬을 볼 때는 먹먹하기 그지없었다.



영부인이라면, 대부분의 여자들이 부러워할 만한 대상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지금의 재클린은 그 누구보다도 외롭고 고독하며, 슬픔에 휩싸인 여자다. 영부인은, 슬퍼도 슬픔을 내비칠 수 없고, 우울해도 미소를 머금어야만 하는 존재다. 국민의 어머니로서 감수해야 할 부분들이 많은 '직업'이 영부인이다. 이렇듯 <재키>는, 재클린을 통해 영부인의 고충과 아픔을 보여준다. 이 영화를 접한다면, 영부인들을 마냥 부러워할 수만은 없을 것이다.



존 F. 케네디에 대한 이야기는 수도 없이 다뤄져왔다. 그에 반해, 재클린 케네디에 대한 이야기는 드물다. 영화 속에서 재클린이 개인사를 털어놓은 것처럼, 역사는 기록이 진실로 간주된다. 이런 의미에서 영화 <재키>는 역사에 기록될 만한 하나의 증거자료가 된다. 다큐멘터리가 아닌 극화된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묵직한 연출과 나탈리 포트먼의 섬세하면서도 절제된 감정 연기를 통해 리얼리티를 끌어내는 데 성공한다.


다시금 강조하고 싶을 만큼, <재키>에서의 나탈리 포트먼의 연기는 일품이었다. 시기적절한 표정 연기를 통해, 재클린의 내면을 여과없이 밖으로 끄집어 표현해냈다. 그것도 절제미를 유지한 채 말이다.


<재키>가 지닌 또 다른 칭찬할 만한 것은, 한 명의 인물을 조명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인류 보편적인 진리를 관객들에게 일러준다는 점이다. 신은 인간이 감내할 수 있을 만큼의 고통을 준다는 것. 어떠한 불행이 닥쳤다는 것은, 시련이 아닌 특별히 선택된 대상이라는 것. 그러니 고통은 극복할 수 있다는 점을 신부를 통해 재클린, 그리고 관객들에게 일러준다. 시련과 그로 인한 고통은 인간사에서 불가피한 것들이다. 따라서 우리는, 극복할 수 있는 마음가짐과 노력이 필요하다. 재클린이 겪었던 아픔들은, 비단 그녀의 것만은 아니다. 우리들 역시, 사랑하는 이와의 이별을 겪게 될 것이며, 그로 인한 신변의 변화를 겪게 될 것이다. 이같은 맥락에서 보자면, <재키>는 인류 보편적인 진리를 전달하기 위해 탄생한 작품이라 볼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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