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영화 <싱글라이더>


잘 나가던 증권회사 지점장 재훈. 그는 부실채권 사건으로 한 순간에 모든 것을 잃고 만다. 한국에 남겨진 것은 자신 뿐. 아내 수진과 아들은 호주에 거주 중이다. 삶의 의지와 희망 모두를 잃어버린 재훈은 가족이 있는 호주로 떠난다. 하지만 재훈은, 가족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볼 뿐이다.


인생사의 모든 일, 관계 등을 말할 때 타이밍을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다. 적절한 시기, 그리고 순간의 선택이 사건의 결과를 다른 방향으로 이끌게 마련이다. <싱글라이더>는, 이 점을 특히 강조하고 있다. 한 사람의 판단과 선택이 모두 예상대로 이어지리라는 법은 없다. 예기치 않은 사건사고는 늘 슬픔과 고통으로 이어지게 마련이다.


중요한 것은, 후회는 아무런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물론, 실패는 또 다른 경험의 동력이 될 수 있겠지만 관계에 대한 후회는 그다지 힘이 되지 않는다. 등을 돌려버린 관계, 이미 떠나보낸 누군가, 죽음을 통한 이별 이후에 남겨진 후회는 그 어떤 가치로도 보상되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싱글라이더>가 말하고자 하는 주제는, 선택과 타이밍이다. 모든 일에는 장단점이 있게 마련이다. 달콤한 유혹 뒤에는 검은 개미들이 득실되는 것처럼, 더 나은 삶 뒤에는 어떠한 것이든 놓치고 후회하게 될 것들이 존재한다. 재훈은 가족을 호주에 2년 간 보내놓고, 한 번도 그들의 안부를 궁금해하지 않았다고 고백한다. 자신의 일에 집중하느라, 정작 중요한 가족에게 소홀했던 것이다. 다 빼앗기고 잃은 후에 반성하고 후회해봤자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피땀 흘려 모은 돈이 한 순간에 흩어지는 것을 경험한 영화 속 또 다른 인물, 진아의 모습에서도 영화의 주제를 한번 더 확인할 수 있다.


<싱글라이더>의 분위기는 쓸쓸하며 음울하다. 동시에, 우리들을 성찰하게 만든다. 생애 무엇이 진짜 중요한 가치인지에 대해 생각하게 만드는 영화. 특유의 감수성과 나름의 반전이 인상적으로 기억될 작품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영화 <재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