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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라이트>,
샤이론의 삶을 통한 인생여행


영화 <문라이트>는, 샤이론이라는 흑인 남자의 성장기를 보여준다. 영화는 총 3장으로 나뉘는데, 각 장은 소년기, 청소년기, 청년기 등 세 시기로 분류된다.


영화는 철저히 샤이론을 조명한다. 한 남자의 삶을 통해, 인종과 성(性) 정체성, 직업과 윤리 의식 등 인생사 전반을 이야기한다. 특히나, 흑인을 다루는 <문라이트>는 그들만의 세계를 감각적으로 표현해낸다.


흑인은 사회적 약자들에 속한다. 특히 샤이론은, 작고 마른데다 온갖 열악한 환경에 둘러싸여 있다. 온갖 마약을 복용하고 감정 기복이 극심한 홀어머니 밑에서 자라난 그는, 작고 어느날 자신에게 온정을 베푸는 후안과 그녀의 연인 테레사를 만나 의지하게 된다. 1장은, 샤이론의 열악한 생활환경과 후안을 만나게 된 과정을 보여주며 끝이 난다.


2장에서 집중적으로 다뤄지는 면은 우정과 성 정체성이다. 온갖 따돌림을 당해왔던 샤이론은, 유일하게 자신에게 따듯하게 대하는 친구 케빈을 만나게 된다. 청소년기에는 성 정체성을 찾아가는 중요한 시기이다. 테레사와 케빈. 둘 사이를 오가는 샤이론의 성적 호기심을 끝으로 2장은 마무리된다.


마지막 3장에서는 성인이 된 샤이론의 모습이 비춰진다. 마약 거래자로 살아가는 그의 모습은 1장에서 봤던 후안의 모습과 묘하게 겹친다. 어느날 걸려온 케빈의 전화를 받고, 샤이론은 케빈을 찾아간다. 청소년기에 멀어지게 된 두 남자는 성인이 된 후 비로소 재회하고, 그들의 안부를 묻는다. 우리는 성인이 됐을 때, 어떠한 방식으로든 자신의 삶을 살아가야만 한다. 일과 사랑은, 특히나 중요시 여겨야 할 가치다. 그렇다면, 샤이론이 선택한 자신의 삶은 무엇일까?


후안이 샤이론에게 했던 대사는 관객들에게도 생각의 여지를 던진다. '언젠가는 뭐가 될지 스스로 결정해야 된다'는 것. 깜둥이, 말라깽이 등 온갖 약한 것들의 대명사였던 샤이론은 어떠한 삶의 형태를 선택했을까. 흑인인데다, 충분한 사랑과 배움을 얻지 못한 한 남자의 삶을 지켜보는 과정은 썩 유쾌하지만은 않다. 하지만 타인의 삶을 통해 나의 삶을 돌아보고 미래를 계획할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한 가치가 있다. 따라서 <문라이트>는 충분한 가치를 지닌 영화다. 게다가, 그다지 극적이지 않은 한 인물을 다룬 작품들의 약점인 밋밋함을 감각적인 음악과 색채들로 표현해내는데도 성공했다.



흑인, 동성애자, 마약거래자. <문라이트>는, 이 모든 것들을 안은 한 명의 인물의 삶을 조명한다. 하지만 그들도 자신들의 삶을 '살아나가고' 있다. 물론, 어쩔 수 없이 힘겹고 감당해내는 삶일 수도 있다. 케빈이 샤이론에게 했던 말처럼 말이다. 하지만 그것 또한 누군가의 삶이다. 개인의 삶을 타인의 기준으로 평가절하할 수는 없는 법이다. 세상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고, 수많은 삶의 방식이 있음을 인정하고 이해할 수 있는 성숙한 사회가 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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