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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버 더 펜스>,
서툴고 투박하더라도 사랑할 것


누구에게나 말 못할 비밀이 있다. 나도 당신도, 그리고 가장 가까운 관계인 가족들도 저마다의 비밀을 한 두개 쯤은 갖고 있을 거다. 우리는 이렇게 감쪽같이 침묵하면서, 때로는(어쩌면 항상) 위로 받기를 원한다. 이는, 굉장히 이기적인 모습이다. 어쩌면, 비정상적으로 보일지라도 표현에 과감한 이들이 덜 이기적인 건 아닐까. <오버 더 펜스> 속 사토시처럼 말이다.


그녀는 어린 아이 같다. 길거리에서 화를 내기 일쑤고, 곧잘 운다. 새 흉내를 낸다며 이리저리 날뛰기까지 한다. 이런 그녀를 향한 주변의 시선은 곱지 않다. 그녀는 나름대로 열심히 살아간다. 밤낮 없이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말이다. 괴짜 같은 행동으로 미루어보자면, 말 못할 사연이 있는 듯 하다.


도시 생활을 정리하고 고향에 내려와 뒤늦게 직업훈련학교를 다니는 요시오. 그는 매일같이 학교가 끝나면 도시락과 맥주 두 캔을 사들고 집으로 향한다. 물건 뿐 아니라 온기조차 없는 텅 빈 그의 집은, 요시오 그의 현재 삶을 고스란히 표현한다. 맥주 두 캔과 집 앞으로 보이는 바다 풍경만이 그를 위로해준다. 알고 보니 요시오는, 부인과 헤어진 상태다.


사토시와 요시오는 길거리에서이 우연한 만남 이후로, 자주 마주치게 되고 그러면서 관계가 가까워진다. 사랑을 갈구하는 사토시와 사랑을 잃은 상태인 요시오는 서로의 빈 공간을 채워나간다. 이들 두 사람은, 평범한 우리들을 대변한다.


말 못할 사연들로 심신이 지쳐버린 남녀를 일으켜세워줄 가장 강력한 힘은 사랑이다. <오버 더 펜스>는, 현실과 내면의 벽에 부딪힌 남녀가 사랑을 이뤄내는 과정을 통해 고통스러운 현실에 놓인 이들에게 위로를 전한다. 요시오가 뱉었던 말처럼, 그는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는 상태다. 분노와 자괴감으로 휩싸인 사토시 역시 마찬가지다. 하지만 이렇게 결핍으로 가득찬 둘도 사랑을 하고, 사랑의 힘으로 현실을 개선해나간다.


사토시가 등장하자, 요시오의 타구가 하늘 높이 치솟는 장면은 <오버 더 펜스>의 주제를 함축하는 신이다. 야구장에 모인 모든 이들의 시선이 일제히 요시오의 타구를 따라 움직이는 모습은, 누구 하나 예외 없이 꿈을 좇고 있음을 상징하기도 한다.


<오버 더 펜스>는 말한다. 우리 모두는 사랑을 갈구하고, 따라서 해야만 한다고. 서툴고 투박하더라도 사랑을 통해 얻는 것들이 많다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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